미국 경제 좋다는데…바이든 지지율, 트럼프보다 왜 낮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론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의 비율은 늘었음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지난달 25~29일 미국 성인 1152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35%는 “경제가 좋다”고 답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12월의 30%, 전년 동기의 24%보다 높게 나왔다.

미국 유권자의 경제 인식은 올해 11월 대선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성장률 2.5%를 기록하는 등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는 경제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라엘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소비자신뢰지수가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바이든 대통령의 성장 의제 하에 소비심리가 부와 임금, 고용 증가를 반영하면서 코너를 돌고 있다”고 자평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CB)가 지난 31일 발표한 미국의 올해 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한 114.8였다. 이는 3개월 연속 상승이자 지난 2021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지수 상승은 미국 경제와 고용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낙관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경제가 좋아졌다는 인식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AP 통신이 동시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8%로 2년동안 그대로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운용 지지율 또한 35%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AP가 인터뷰한 응답자들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를 평가했다. 식료품 요금과 휘발유 펌프 가격을 기준으로 판단한 응답자도 있었으며, 주택 가격과 고용 전망 등을 고려해 판단한 응답자도 있었다.

위스콘신 주 주민 몰리 캡스너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세 명의 자녀가 있는데 세 명 모두 어디에 취업할 지 고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가 상당히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2020년 바이든에게 투표했고, 다시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브레이너드 NEC 위원장은 지난주 “경제 회의론자들이 바이든의 정책이 어떻게 노동시장을 부양하고 팬데믹으로 파괴된 공급망을 회복시켰는지 간과했다”면서 “완전히 부서진 공급망을 해결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도 완화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래도 경제는 트럼프”라는 유권자들의 인식을 무기로 바이든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소셜 미디어(SNS)에서 “주식이 상승하는 이유는 내가 백악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P는 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리면서 경제가 호조를 보여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58%, 공화당 지지자들의 15%가 경제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민주당 지지자 65%, 공화당 지지자 7%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가 지난달 16∼22일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 유권자 495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7개주 전체 오차범위 ±1%p, 개별주 오차범위 ±3∼5%p)를 실시한 결과 양자 대결시 지지율은 바이든 대통령 42%, 트럼프 전 대통령 48%로 나타났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 등 제3의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가상 대결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44%)과 바이든 대통령(35%)의 격차는 9% 포인트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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