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SNS]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의 적자 폭을 줄이고 미국 텍사스 신공장의 외관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흑자전환 시기로 옮겨가고 있다.
당장 관건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 꼽힌다. 지난해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한 파운드리 사업은 올해 상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최대 수주실적을 기반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적자 규모를 2조원 대까지 낮췄다. D램이 흑자를 회복한 가운데 올 1분기에는 낸드(NAND)를 포함 메모리 사업 전체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으로 이에 따라 1분기 메모리 사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1분기 메모리 흑자전환을 자신하면서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포함한 반도체 부문 전체 실적의 흑자전환 시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부문 실적의 70% 이상을 메모리가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의 실적 기여도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사업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속에 고객사가 재고를 줄이면서 수요 감소 여파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신한투자증권은 4분기 파운드리에서 9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면서 전체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분야에서 줄곧 선두를 지켜온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비중을 키우기 위해 관련 투자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한 5나노 이하 첨단공정 생산능력 확대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인프라 투자로 전년 대비 연간 투자규모가 증가했다. 약 20조원을 투입해 짓고 있는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의 경우 지난달 31일 외벽에 현판을 걸면서 올해 하반기 가동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 폭은 향후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 속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도 고객사의 재고감축 기조가 지속되면서 파운드리의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1분기에는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나 PC 신제품 출시로 수요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고객사에서 재고를 줄이는 추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실적이 크게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올해 파운드리 실적 반등을 이끌 핵심 요인으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과 ‘AI 특수’를 꼽는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게이트가 둘러싸는 형태로, 반도체 초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3나노부터 GAA를 도입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주변 고속도로 표지판. [삼성전자 홈페이지] |
정 부사장은 “수율 개선과 2세대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HBM 및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2나노 AI 가속기를 확보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3나노 GAA 공정의 안정적 양산을 지속하고, 2나노 공정을 개발하며 AI 가속기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응용처 주문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간 최대 수주잔고를 달성한 점은 미래 성장기반 강화를 위한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 기반 사업을 확장해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판매 비중 및 신규 수주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는 3나노, 4나노는 물론이고 2나노 AI 가속기 칩 수주에 성공하는 등 이전보다 개선된 수주 실적을 거뒀다”면서 “그 효과는 연말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