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개혁’ 칼 빼든 정부, ‘개원 면허제’로 경험 부족한 의사 개원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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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의사 면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진료 권한을 부여하는 ‘개원 면허제’ 도입을 검토한다.

이는 의대를 갓 졸업한 경험이 없는 의사가 곧바로 진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개원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임상경험 쌓아 환자 보도록”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서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 면허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보다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들이 수련 교육을 통해 충분한 임상경험을 쌓은 후에 환자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의대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해 ‘일반의’로 활동할 수 있다.

이에 일부 젊은 의사들이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개원가로 진출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임상 경험이 부족한 의사들이 피부·미용 등 개원가로 나가는 것에 대한 보건적 우려가 있다”며 “의사들이 충분한 임상경험을 쌓아 안정적인 진료 실력을 갖추고 개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의료개혁특위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 수련 거쳐야 ‘의사 면허’ 나오는 해외 벤치마킹

영국, 미국, 캐나다, 일본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의대 교육과 면허시험과 함께 일정 기간의 임상 수련 교육을 받아야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는 의대 졸업 후 2년간의 임상 수련 과정(Foundation Training)을 거쳐야 한다. 이는 의대 졸업생이 실제로 의사로 활동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중요한 의학 교육의 한 과정으로 여겨진다.

임상 수련은 보통 6개 전문과목에 대한 교육으로 구성되며, 이 과정을 통해 임상 기술은 물론 의사소통 기술 등 비임상적인 역량도 기를 수 있다.

캐나다에서 의대생은 최소 2년간의 임상 수련 과정을 거쳐야 의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수련 기간 의대생들은 ‘교육 면허증’을 발급받아 실습 교육을 받고, 의사의 감독 없이는 실습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정부 승인을 받은 의료기관에서 3년간 임상 교육을 받은 후 면허 시험에 통과해야 의사 면허가 발급된다.

일본의 의대 졸업생은 국가시험에 통과한 후 선호 과목을 선택해 대학병원이나 연계 수련병원에서 2년간 임상 수련 과정을 거친다.

중국에서는 수련병원에서 30개월, 지역 의료기관에서 6개월 등 총 3년간의 임상 수련을 마쳐야 의사로 일할 수 있다.

이같은 ‘개원 면허’ 도입에 대해 개원의 중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의 개원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협 관계자는 “자격이 부족한 의사를 개원가에서 걸러내겠다는 취지에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이 제도가 거꾸로 의사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어 굉장히 우려스럽다. 의사 면허는 엄격한 원칙에 따라 의협에서 자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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