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 헬기 추락으로 별세…2차례 방한 인연

6일(현지시간) 칠레 중부 로스리오스주 랑코 호수에서 헬리콥터 추락으로 별세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 향년 74세.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이 칠레 중부 로스리오스주 랑코 호수에서 헬리콥터 추락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6일(현지시간) 가브리엘 보리치(37) 칠레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며 “이번 비극으로 큰 슬픔을 느끼며, 유족에게 연대의 포옹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칠레 정부는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라테르세라와 엘메르쿠리오 등 현지 일간지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후 수도 산티아고에서 900㎞가량 떨어진 랑코 호수에서 발생했다. 피녜라 전 대통령을 태운 헬기는 랑코 호수 상공을 날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추락했다. 헬기 동체는 수심 40m까지 가라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피녜라 전 대통령은 이미 숨을 거둔 채 발견됐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피녜라 전 대통령 이외 헬기에 탑승한 3명의 생사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라테르세라는 “피녜라 전 대통령은 친구이자 사업가인 호세 콕스를 방문한 뒤 귀가 중이었다”고 전했다.

1949년 12월생인 피녜라 전 대통령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중도우파 정치인으로, 2010∼2014년에 이어 2018∼2022년에 중도우파 정부를 이끌었다. 그는 라탐 항공, 칠레 굴지의 금융업체인 키녠코, 공중파 TV 채널 칠레비시온, 이 나라 명문 축구구단 콜로콜로 등에 투자해 큰 이득을 본 것으로도 유명하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피녜라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은 29억 달러(3조8500억원)에 달한다.

칠레 일각에서는 피녜라 전 대통령을 ‘칠레의 트럼프’라고 부르기도 했다. 억만장자 재벌이었다는 점을 부각한 명칭이지만, 국정 운영 방식은 트럼프 정부보다 훨씬 온건했다는 평가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1기 정부 초반 견실한 경제 성장과 당시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파격적인 ‘육아휴직 6개월’ 정책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구리광산 갱도에 갇혔던 33인의 광부를 69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하는 데 성공한 2010년 10월엔 63%까지 지지율이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임기 말 각종 사회갈등 국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중도좌파인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2014∼2018년)에게 정권을 내줬다.

이후 2기 정부를 출범시킨 그는 2019년 무리한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불평등 항의’ 시위에 크게 흔들렸다. 당시 무리한 시위 진압 방침에 수십명이 사망했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될 만큼 사회 불안이 고조된 바 있다.

팬데믹 기간 적극적인 대처로 칠레를 한 때 ‘백신 접종률 상위 5개국’으로 올려놓기도 했지만, 결국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은 차기 대선에서 30대 젊은 정치인인 중도좌파 보리치 정부를 택했다.

피녜라 전 대통령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지난 2012년 3월과 2019년 4월 등 두 차례 방한해 이명박·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2019년 국빈 방문 당시엔 "우리는 한국을 가까이서 관찰해 왔다. 한국이 상당히 놀라운 개발을 이룩한 것에 대해 존중한다”며 경제 협력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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