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LG전자가 공개한 홈 모니터링 카메라 ‘LG 롤링봇’ [LG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공 모양의 로봇 원조, 이미 8년 전에 LG전자가 만들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 하반기 AI 기능을 탑재한 로봇을 출시할 전망인 가운데, 무려 8년 전 비슷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홈 모니터링 카메라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2016년 야심차게 선보였던 ‘LG 롤링봇’이 주인공이다.
롤링봇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CES 2024’에서 공개한 ‘볼리’의 첫 모델과 디자인이 유사하다. LG전자는 롤링봇 이후 공 모양이 아닌 이족 보행 디자인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택했다. 연내 본격화될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로봇 시장에서 누가 승기를 거머쥘지 주목된다.
올 초 열린 CES 2024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볼리’와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며 연내 소비자용 AI 로봇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CES 2020에서 첫 공개됐던 삼성전자의 볼리. 당시에는 야구공 크기로 출시됐다. [삼성전자 제공] |
삼성 볼리의 경우, 지난 ‘CES 2020’에서 첫 공개됐다. 당시 김현석 전 삼성전자 대표가 ‘헤이 볼리’라고 부르자 댕그르르 굴러오며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초기 모델은 야구공 만한 크기의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이었다. 공 형태라서 이동이 자유롭고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 다니며 사용자 명령에 따라 집안 곳곳을 모니터링한다. 스마트폰, TV등 주요 스마트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 케어도 수행할 수 있다. 약 4년 간의 업데이트를 거쳐 빔 프로젝트를 탑재하고 크기 역시 좀 더 커졌다.
공교롭게도, LG전자 역시 첫 로봇 형태로 공 모양을 선택했었다. 지난 2016년 ‘MWC(모바일월드콩스레스 2016’에서 공개한 스마트폰 LG G5와 함께 등장한 롤링봇이다.
LG 롤링봇 [LG전자 제공] |
롤링봇은 LG G5에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듈 제품들 중 하나였다. 집안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둥근 원형의 움직이는 카메라다. 집안의 TV, 에어컨 등 가전을 제어할 수 있고 반려동문 케어 및 보안 등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800만 화소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으며, 외부 원격 조정도 가능하다. 초기 형태의 AI 로봇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개 당시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BB-8에 비유되곤 했다.
LG 롤링봇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는 못했다. 출시 일정까지 잡혔지만 LG G5가 흥행에 실패하며 출시가 계속 연기됐고, 결국 상용화 되지 못하고 단종됐다.
올 초 CES 2024에서 공개된 삼성 볼리(왼쪽), LG 스마트폰 AI 에이전트(오른쪽). 김민지 기자 |
LG전자는 공 모양 대신 표정과 이족 보행 형태를 갖춘 로봇으로 디자인을 선회했다. 이번에 공개한 스마트폰 AI 에이전트가 주인공이다. 전면에 배치된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고객과 소통하고, 두 다리에 바퀴가 달린 형태다. 앞서 LG전자는 AI가 사용자를 더 배려하고 공감해 보다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AI를 ‘공감 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으로 재정의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AI 로봇도 공 형태를 벗어나 좀더 친근한 모습으로 정서와 감정, 사람과의 상호작용과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AI 로봇은 글로벌 가전 전시회에서만 공개됐을 뿐, 실제로 우리 일상과 집까지 스며들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필두로, AI 로봇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드마켓츠(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가정용 로봇 시장은 2022년 약 11조원에서 2027년 약 23조원으로 약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