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너의 정당성을 인정해. 너의 고통을 인정해’.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 중)
변덕스럽고 어디로 튀어오를지 모르는 불안한 키키, 코드번호 F20 ‘현악기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것처럼 혼란을 겪는’ 조현병 엄마를 둔 사라, 16년 간 조울증을 앓는 두 아이의 엄마….
이상하고 외로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무대 위를 장악했다. 불편한 시선과 편견을 그림자처럼 달고 다닌 소수자들. 경계성 인격장애,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가진 그들만의 이야기가 무대에 펼쳐진다.
뮤지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25일까지·CKL스테이지)는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는 키키의 생존기다. 자신의 경험을 고백하고 공유하는 토크쇼에 출연한 키키가 ‘살기 위해’, ‘살아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20년 간 경계성 인격장애를 앓은 키라 벤 겔더의 자서전을 원안으로 한 작품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는 유쾌하고 경쾌한 호흡으로 담아, ‘잘못된 감정은 없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한다. 팝, 록, 랩을 아우르는 다양한 음악이 어우러졌고,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하며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이수정·이휘종이 키키를 맡았고 남경주·김주정·신진경·문지수 등이 멀티 역을 소화한다.
‘이상한 나라의 사라’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 제공] |
연극 ‘이상한 나라의 사라’(23일 개막, 대학로예술극장)는 ‘사라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엄마의 조현병 진단 이후 그것이 자신에게 유전될까 두려워하는 고등학생 소녀. 엄마를 향한 사회의 손가락질을 괴로워하면서도 자신 역시 엄마를 편견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음에 성장통을 겪는다. 낙인을 찍기 보다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는 사라는 무대를 마주하는 관객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 사라’의 최치언 연출은 “어느 날 엄마의 조현병이 발병하면서 사회적인 편견과 무지 속에서 고통받는 사라의 이야기를 렉처 퍼포먼스 형식을 통해 ‘정서’가 아닌 ‘이성’으로 접근하려고 했다”며 “관객들이 (조현병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유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3월 5일~5월 19일)은 과거의 상처로 16년 째 조울증(양극성 장애)를 앓는 엄마 다이애나와 가족의 헌신, 이들의 위태로운 일상을 그린다. 2017년 제 71회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을 석권한 ‘디어 에반 핸슨’(3월 28일 개막)에선 불안장애를 가진 소년의 이야기를 담는다.
정신질환을 담아낸 이야기들엔 이들을 향한 편견을 덜어내고, 인식의 변화를 담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의 조윤지 연출은 “성격장애는 수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지만 잘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논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인정받는다는 것, 이해받는다는 것, 지지받는다는 것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 함께 살아나갈 용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치언 연출은 “조현병은 지하철에 탔을 때 한 칸에 한 명 가량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는 그늘에 놓여있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건강하게 나아갈 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