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발행 총액 23조달러…연간 이자 총액은 8700억달러
팬데믹 이후 경기활성화 위한 확장정책·고금리 탓
미국 정부가 부채에 대한 이자로 지불하는 액수가 사상 처음으로 국방 예산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 산하 재정분석기구인 의회예산처(CBO)는 이 같은 분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CBO는 올해 미국이 정부 부채에 대해 지불해야 하는 이자 총액은 8천700억 달러(약 1천162조3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이는 세계 각국의 국방 지출액 중에서 가장 많은 미국 국방예산 8천500억 달러(약 1천135조6천억 원)를 뛰어넘는 액수다.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이 국방비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의 지출 항목 중에서 이자 비용보다 규모가 큰 것은 사회보장과 의료보험뿐이다.미국의 이자 비용은 최근 수년간 급격하게 증가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후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펼친 재정 확장정책의 결과다.
팬데믹 초반에는 제로금리로 국채를 발행해 이자 지출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이자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최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말 5%까지 치솟았고, 현재는 4%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미국의 국채 발행 총액이 지난해 23조 달러(약 3경 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자 비용도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 셈이다.
CBO는 미국의 부채가 향후 꾸준히 늘어 2034년에는 48조 달러(약 6경4천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지난 2008년에 비해 8배 이상 불어난 액수다.
함께 늘어날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량을 늘려야 한다.전문가들은 미국의 국채 발행량이 급증하더라도 당장 경제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 이자를 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제 주체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국의 국채 발행량 증가는 필연적으로 시장금리를 자극하게 되고, 이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과 지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과도한 부채에 기반한 경제에는 필연적으로 경기 침체기가 찾아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마르 레간티 하트포드 펀드 투자전략가는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긴축재정에 들어갈 경우 경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일종의 악순환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