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한 부동산에 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2년 연속 12월 건축 건설수주 총액이 줄었다. 건설업이 살아날 기미를 전혀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고, 위기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통계청 발주자/공종별 건설수주액(경상)에 따르면 건축 수주총액은 지난해 12월 8.4% 감소했다. 2022년 12월 -12.2%에 이어 2년 연속 줄었다. 건설수주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건설사 미래 매출이 축소된다는 의미다. 이익 창출의 근원 자체가 마르고 있다.
결국 부동산 경기 때문이다. 이미 작업에 들어간 PF 물건들도 제대로 된 사업이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 투자를 늘릴 수가 없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 강화되고 있다. PF 사업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경·공매에 속속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큰 그림에서 보면 경·공매 참여는 투자 총액이 늘어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건설사가 정해놓은 투자 규모가 새로운 사업에 투입되지 못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기존 사업 물건인 PF 사업장 정리조차도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선뜻 경·공매에 나설 수 없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금융회사, 건설업계, 신탁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경·공매 장애요인에 대한 제도개선 추진을 위한 협의체 출범 회의를 열었다.
핵심은 추가 펀드의 조성이다. 캠코와 민간이 공동으로 출자한 1조원대 규모의 ‘PF 정상화 펀드’가 소진되면 금융권에서 추가 출자를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PF 물건을 사려는 주체가 많다면 필요 없는 일이다.
금융권에도 당장 부담이다. PF 사업장이 부실로 분류되면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사업성 재평가를 추진 중인 국내 PF 사업장은 3000개가 넘는다. 금감원은 금융권에 결산 시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미 증권사들 실적엔 악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각 사 기업설명(IR) 자료에 따르면 작년 잠정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자기자본 상위 7개사 가운데 5곳이 연결 기준 4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말부터 PF 관련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사업장 재평가와 보수적인 시나리오에 기반한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적극 유도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충당금 적립과 투자목적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및 손상차손으로 작년 4900억원의 비용을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이 가운데 4분기에만 워크아웃(재무 개선 작업) 진행 중인 태영건설 관련 500억원, 부동산 PF 관련 400억원 등 총 9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건설사 체감경기는 이미 60대선으로 추락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67.0으로 전월 대비 8.5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건설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CBSI는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도 ‘부진이 가시화 됐다’고 판단했다.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한 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1년 전 건설수주 물량 자체가 좋지 않았고 그 효과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