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도 첨단방위시장 주목…3년 후 1850억달러 규모

미군의 자폭형 드론 스위치 블레이드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으로 드론 등 최첨단 인공지능(AI) 무기의 효용성이 확인되자 최첨단 방위 사업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려는 미국 국방부의 지원까지 겹치면서 관련 시장은 2027년 1850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데이터업체 피치북은 2021~2023년 투자업계가 극초음속 미사일, 위성감시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있는 첨단 방위기술 기업에 1080억달러를 투자했으며 이같은 투자 규모는 2027년 1847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방 투자 네트워크는 최소 30여개의 펀드가 방위 및 우주 기술과 같은 신생 부문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아메리칸 다이나미즘, 제너럴 카탈리스트의 글로벌 회복력 펀드, 쉴드 캐피털의 프론티어 테크놀로지스 펀드 등이 관련 투자에 나선 대표적인 펀드들이다. 최근에는 유명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와이 컴비네이터가 국방, 우주 및 로봇 공학에 투자하는 새로운 펀드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효용성이 입증되자 미 국방부는 드론 관련 조달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무기 통제론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위급 지위관들의 승인 아래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AI 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기술에 투자할 경우 연방 보증 대출을 제공하며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기술직 종사자 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는 1년 전보다 자신의 기술을 군사 프로젝트에 적용할 가능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48%는 고용주가 방위 산업 계약을 고려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주 엘 세군도에서 방위 기술 기업 안두릴과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주최하는 국방 기술 해커톤 대회에 수백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 실리콘 밸리에서 무기 관련 기술은 금기에 가까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변화는 주목할 만 하다. 2018년 구글이 공격용 드론을 위한 AI 개발을 위해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자 직원 수천명이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청원한 바 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캐서린 보일 파트너는 지난해 11월 디펜스 벤처 서밋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에 따라 국방기술에 대해 이론 상으로만 논쟁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가 충돌함에 따라 기술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방위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의 급속한 군사 팽창과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대두되면서 미국의 산업 자체가 취약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실리콘 밸리의 인식이다.

WP는 “경제 버블이 꺼지고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술기업들은 국방 기술을 돌파구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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