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폐암환우회장 “최고의 지성집단, 한국 사회에 관용 보여달라”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 ['폐암 환우 TV' 유튜브 채널]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폐암 말기인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 19일 의사들을 향해 "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달라"라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폐암 환우회 유튜브 채널 '폐암 환우 TV'에 올린 영상에서 "삶의 마지막길에서 의료계 현안을 말씀 드리고자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2001년 위암 3기 진단을 받아 위 절제 수술을 한 뒤 2016년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126회 항암치료를 받았으며, 지난해 11월에 '더 쓸 약이 없다'는 치료 중단과 함께 여명 3개월 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병원 입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영상에서 거칠고 쉰 목소리로 "모든 의료 정책은 환자 중심이 되어야한다"며 "정부, 의사협회, 관련단체가 대립해서 서로의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이 참으로 보기 안 좋다. 특히 저희 환자 입장에서 보면 환자들은 '나몰라라' 하고 서로의 입장만 주장하면서 극한 투쟁을 벌이는 모양이 참으로 볼상스럽다"고 개탄했다.

그는 보건복지부를 향해 "국민들도 의사들 부족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한다"며 "보건복지부는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하나 의대 입학 정원의 절반이 넘는 숫자를 갑자기 증원한다고 하면 더욱이 신설해야하는 대학 입장에선 어떻게 그 의대 교육이 완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 안 된 증원은 의사 질을 낮출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법과 강자의 논리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사협회를 향해선 "환자단체를 운영해 보면서 의협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의료 현장의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환자들은 지금도 치료 환경 개선과 의사들의 배려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의 지성과 명예를 갖춘 집단으로서 부족한 사회에 대한 관용도 보여달라"라고 호소했다.

그는 "삶의 막바지에서 환자들은 지금도 간절하게 치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젊은 전공의들을 향해선 "젊은 여러분들의 지성과 용기를 사랑한다. 현장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과 고충도 잘 알고 있다"며 "여러분들은 젊은 최고의 지성들이고 희망이다. 힘없는 환자들도 오늘도 여러분의 사랑을 기다린다. 어려운 환경일 수록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제네바 선언을 지켜달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을 향해 "의욕적인 국정과 의료정책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힘 없는 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부족함도 있다"고 했다. 이어 "환자 중심의 의료 정책, 환자들의 입장에서 환자들의 의견을 살펴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 주시기 바란다"며 "특히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정책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속한 신약 치료를 위해 신평위(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통과 후에 먼저 보험 치료를 받게 해주고, 추후 약평위(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약가 협상을 나중에 하면 FDA 승인 후 환자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기 까지 걸리는 기간을 현재 60개월에서 독일이나 일본처럼 6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보험이 안 되어서 신약을 써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 그분들의 눈물어린 원망과 애로사항은 누가 들어주나. 그들의 영혼은 누가 달래주나"라고 했다.

그는 의료계 진료 공백으로 폐암 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언급하며, "관계당국과 의협은 즉각 협상을 재개하고 상호 이해와 협력의 기조 위에 상호 양보하고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고, 생명을 다루는 의료 현장을 절대 방기해선 안된다"면서 "의술은 인술이고 사랑의 기술이다. 여러분들의 결단과 조속한 협상 타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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