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으로 번진 나발니 죽음…“‘푸틴파’ 트럼프 입성 막아야”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에서 돌연 사망한 여파가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정가로도 번지고 있다. 나발니 급사의 배후에 푸틴 대통령이 지목되는 상황에서 그과 각별한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를 뽐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일한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나발니 사망 직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나발니의 죽음이 전해진 지난 16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푸틴이 그랬다. 트럼프가 칭송하고 옹호하는 푸틴이 그랬다”고 적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18일 ABC 방송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이 나발니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보는지 답해야 한다”며 “푸틴이 정적을 죽인 것이 멋지다고 생각하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든 어느 쪽이든 큰 문제”라고 그를 압박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아예 ‘푸틴파’로 지목하며 그의 백악관 입성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니 전 의원은 18일 CNN에 출연해 “우리는 이제 공화당의 푸틴파가 어느 정도까지 확보됐는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번 선거 주기의 문제는 공화당 푸틴파가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공간)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보복을 약속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생각해보면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에게 한 일은 지도자가 법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나라에서 보복이 어떤 모습인지와 같다”고도 했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괴한’, 푸틴 대통령은 ‘그저 아주 사악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그를 비판하고 나섰다.

펠로시 전 의장은 19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방해하도록 지침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만의 세계에 있기 때문에 그와 대화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장본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 사흘 만에 침묵을 깨고 첫 언급을 내놨다. 자신의 재판이 나발니의 죽음과 비슷하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와 사법부를 비판하는 취지였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나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나에게 갈수록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각하게 한다”며 “모자란 급진 좌파 정치인과 사법부는 우리를 점차적인 쇠락의 길로 이끌고 있다. 뚫린 국경과 조작된 선거, 불공정한 판결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쇠락 중인 실패한 나라”라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도 재임 기간에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으며, 퇴임 후에도 그와 우호적 관계라고 말해왔다.

푸틴 대통령도 최근 터커 칼슨 전 미국 폭스뉴스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좋은 개인적 관계”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00년 미국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등의 혐의로 기소됐을 땐 ‘정치적 박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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