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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긴장한 투심 탓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월가(街) 전문가들의 기대감이 너무 큰 나머지 엔비디아 실적 전망치를 과도하게 높여 잡았다는 지적 속에, 실제 수치가 기대감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35% 하락한 694.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지난 9일(현지시간) 이후 700달러 대에서 움직이던 엔비디아 주가는 7거래일 만에 700달러 고지를 반납하고 아래로 내려왔다.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엔 전 거래일 대비 6.72% 하락한 677.3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장 종료 후 진행 중인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미 현지시간 20일 오후 4시 50분 현재 1.05% 더 하락한 687.20달러를 기록 중이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엔비디아 시총은 약 1조7150억원 수준까지 내려섰다. 직전 거래일 약 1조7940억달러보다 790억달러(약 105조원)나 감소한 것이다. 이로써 3위를 기록 중이던 엔비디아 시총 순위도 구글 모회사 알파벳(1조7600억달러), 아마존닷컴(1조7400억달러)에 밀려 5위로 내려섰다.
엔비디아 주가의 이날 급락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실적이 예상을 밑도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월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한 206억 달러에 이르고, 순이익은 7배 이상 급증한 10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실적이 모두 월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3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시장 예상치보다 각각 12%와 19% 상회했고, 앞서 2분기 매출과 순이익도 전망치를 각각 20%와 30% 상회한 바 있다.
또 실적 전망과 관련해서 월가는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0%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HSBC 테크 연구 책임자인 프랭크 리는 “엔비디아가 다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큼 강력한 가이던스를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은 약간 주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시즈 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찰스 헨리 몬차우는 “수요일(현지시간 21일)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은 극소수 대형 성장주에 의존하고 있고, 만약 어떤 이유로든 실망스러울 경우 하락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5% 이상 급등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등 다른 기업들의 상승 폭을 크게 앞섰기 때문이다.
한편,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주가가 10%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미 월가에선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비빅 아리야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운용사들의 실적 기대치가 컨센서스보다 오히려 높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운용사들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9% 높은 매출을 엔비디아가 거뒀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지적한 아리야 연구원은 “이런 호실적에 대한 기대로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가 11%가량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기적으론 엔비디아 주가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유지했다. AI에 대한 투자자들의 공포와 탐욕이 엔비디아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견조한 실적이 주가를 충분히 뒷받침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겠지만, 이런 주가 변동성은 오는 3월까지”라며 3월 중순 있을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테크 콘퍼런스(GTX)’ 이후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리야 연구원은 “지난 6번의 GTX 이후 엔비디아 주가가 약 6% 올랐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