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느린 미국인은 옛말?”…미 경제 연착륙 비결은 생산성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한 주택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개선된 노동 생산성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인공지능(AI)도 노동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미국의 노동 생산성 향상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노력에 도움을 주고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노동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개 분기 평균 미국의 노동 생산성 증가율은 3.9%로 팬데믹 이전 10년(2009~2019년) 동안의 증가율이 약 3배에 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노동자들의 생산성에 구조적인 개선이 있었던 셈이다.

팬데믹 종료 이후 사실상 완전 고용상태로 유지된 강력한 노동시장이 노동 생산성을 끌어올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경험과 기술을 쌓고 이것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지난 2년 간 실업률이 4%를 밑돌면서 새로운 인력을 찾기 어려워진 고용주들은 더 많은 고용을 하지 않고도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면 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도 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늘어나고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어 경제의 연착륙이 현실화될 수 있는 셈이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긴축 정책을 완화해 경제 침체 우려를 잠재워야 하는 연준 역시 최근의 노동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고 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최근 “(노동 생산성의) 충격적일 정도로 좋은 추세는 임금 상승과 더불어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도 낮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할 수 있는 ‘황금 경로’로 이어지도록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역시 1월 생산성 추세가 코로나 이전보다 완만하게 높게 유지될 것으로 추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노동 생산성이 연 2%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산성 자체의 증가율 1.5%과 노동력 증가에 따른 생산성 개선 0.5%가 조합된 결과다.

한편 야르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르데니 설립자는 향후 10년 동안 생산성이 연준의 기대보다 더 높은 연평균 2.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AI의 확산이 또 다른 생산성의 구조적인 개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베카 패터슨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전 수석 투자 전략가는 “AI의 잠재력은 엄청나다”면서 “이는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을 두배로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1990년대 후반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 없이 경제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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