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부러지고 파편 박혔다” 우크라 ‘지옥의 철수’…“다 불태워” 무슨 일

19일(현지시간) 도네츠크 거리에 러시아가 최근 아우디이우카 전선에서 노획한 우크라이나 전차 T-64가 세워져 있다. 러시아군은 17일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우크라이나군이 지난주 러시아군과 격전을 벌인 아우디이우카에서 서둘러 철수하기 위해 움직이기 힘든 부상자를 두고 떠났다는 증언이 제기돼 당시의 참혹했을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이 17일 아우디이우카에서 철수할 당시 한 병사가 “(부상자)300명은 남겨두고 모든 것을 불태워야 한다”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남겨진 부상자 중 일부는 스스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은 얼마 후 이곳을 점령한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CNN은 덧붙였다.

특히 아우디이우카 남부의 핵심 방어 거점 제니트에서는 한 지휘관이 부상자를 대피시키지 말 것을 직접 명령했다고 이곳에 주둔했던 제110여단 소속 병사 빅토르 빌리아크가 주장했다.

빌리아크는 당시 부대 전체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지휘관 지시에 따라 병사 6명이 제니트에 남겨졌었다고 했다.

이들 병사 6명 중 한 명인 하사 이반 즈히트니크(30)의 누이 카테리나는 앞서 즈히트니크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참상을 돌아봤다.

카테리나는 철수 이틀 전인 15일 즈히트니크와 영상 통화를 했고, 이때 즈히트니크는 “두 다리가 모두 부러졌고 등에 파편이 박혔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며 “모두 떠나고 후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즈히트니크는 낙오 병사 6명 중 4명이 자기처럼 다리가 자유롭지 않은 상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테리나는 “그들(부상자)은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대피)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당시 진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며 남긴 약과 식량도 고갈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즈히트니크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도네츠크 거리에 러시아가 최근 아우디이우카 전선에서 빼앗은 우크라이나 전차 T-64가 세워져 있다. 러시아군은 17일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장악했다. [연합]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계획적 살인과 결합한 전쟁법 및 관습 위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아위이우카에서 퇴각하긴 했지만, 이 과정에서 러시아군에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드미트리 리크호비 대변인은 자체 집계 결과 아우디이우카 전선에서 러시아군 누적 사망자 수는 1만7000명, 부상자 수는 최소 3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19일(현지시간)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 무한궤도 차량이 최근 아우디이우카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에게서 빼앗은 미제 브래들리 장갑차를 끌고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7일 아우디이우카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연합]

러시아의 아우디이우카 점령은 지난해 5월 동부전선 격전지 바흐무트를 빼앗은 후 처음으로 거둔 가시적 성과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아우디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군 요새 역할을 한 코크스·화학공장을 완전히 장악했고, 이 공장 내 마지막 저항군을 소탕하는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크렘린궁에 보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아우디이우카에 있던 우크라이나군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며 “적의 요새 지역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가 서방 도움으로 다시 반격할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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