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이 휴학 신청서를 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의 집단 행동이 ‘수업 거부’로 확산하고 있지만 대학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동맹 휴학의 경우 휴학계 자체를 대학이 승인하지 않는 방법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수업 거부는 징계 조치 외엔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 수업 거부는 집단 유급에 따른 의사 수급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통제 요청을 내렸다. 그러나 정작 대학에선 징계 관련 논의조차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한 동맹휴학 및 수업거부를 예고한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내부 모습 박혜원 기자 |
▶‘동맹휴학’ 막았지만, ‘수업거부’ 확산에 의사 수급 차질 우려도=21일 교육부 의대 상황대책팀이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오후 기준 총 27개교에서 7620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이들 중 현재까지 6개교에서 30명에 대한 휴학을 승인했다. 허가 사유는 군 입대(9명), 유급·미수료(19명), 사회경험(1명), 건강(1명)이다. 이밖에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3개교였다. 교육부는 “학생 면담, 학생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 학사운영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집단 휴학은 전국으로 확산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교육부가 “동맹 휴학은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대학에 엄정 대응 방침을 내리면서다. 교육부는 대학이 학칙에 맞지 않는 휴학을 승인할 경우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의대생 단체행동은 수업거부로 본격화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생은 주요 의대 중 가장 먼저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연세대 의대 소속 한 교수는 “지난주 금요일(16일)에 수업에 들어갔더니 학생이 30%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학생이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건양대 의대생은 20일 본과 5학년 학생 전원이 수업을 거부했다. 건양대 관계자는 “일단 학사 일정을 조정해 개강을 미룰 계획”이라고 했다. 충남대 의대생도 수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양대에서도 전날부터 학생의 수업 거부가 이어졌다.
▶의대생 징계 두고 본부-의대 “우리 소관 아니다” 떠넘기기=교육부는 동맹 휴학 뿐 아니라 수업 거부도 대학이 엄정 대응할 것을 주문한 상태다. 단체 행동이 장기화한다면 의대생이 대거 유급 처리돼 의사 수급 차질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학은 학칙에서 수업시간 3분의 1 이상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학점으로 처리하도록 하는데, 의대생은 수강 교과목 중 1개라도 F를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대학이 이번 의대생 수업 거부를 고려한다면, 학칙상 징계 대상자인 ‘수업(시험) 또는 연구수행을 방해한자’, ‘기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자’ 등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작 대학에선 수업거부를 한 의대생에 대한 징계 절차조차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내부에선 대학 본부와 의대 간 절차를 떠넘기는 움직임도 있다. 재학생 보호라는 명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본부와 의대생 집단 행동에 대체로 찬성하는 기조인 의대 간 ‘떠넘기기’다. 징계 주관 기관이 본부인지, 단과대인지 뚜렷하지 않은 규정 탓도 있다.
연세대 교무처 관계자는 “본부에서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의대 내부에서의 징계는 의대 소관”이라고 했다. 건양대의 경우, 건양대 교무팀 관계자는 “본부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건양대 의대에선 “본부에서 주관할 사항”이라고 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성명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SNS 캡쳐] |
▶징계 논의조차 못하는 대학들…‘난감하다’ 호소=재학생 징계를 고민해야 하는 대학 차원의 난감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는 학생을 보호하는 곳이지 징계하는 곳은 아니라 내부 논의 중이긴 하나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단과대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 사안이라면 단과대에서 처리하겠지만, 이번 의대생 집단 행동의 경우 본부 차원의 업무로 보여진다”며 “다만 징계 절차 자체가 많이 발생하는 사안이 아니라 대학 입장에서도 처리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모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3000명에서 5000명으로 정원을 확대하고 의사를 날림으로 배출하려 한다”며 “정부 정책을 용인하지 않고, 20일부로 동맹 휴학계 제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