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고갈 위기에 놓인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방안으로 ‘완전적립식 신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특정 시점에 ‘구연금’과 ‘신연금’을 분리, 신연금에선 미래 세대가 낸 보험료와 운용수익만큼 연금 급여를 고갈 없이 지급할 것을 보장하는 내용이다. 이런 개혁은 조기에 단행될수록 재정부담이 작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KDI 포커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KDI] |
이강구 KDI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한 KDI 포커스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방안”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KDI는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에서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의 운용수익의 합보다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된 총급여액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보험료 수입이 이전보다 줄어들어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진다. 기금 소진 후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청년층이 노령층을 부양해야 하므로 출산율이 양호한 상황보다 기대수익비가 더 낮아진다.
이런 점에서 극단적으로 낮은 출산율에도 장기적인 기대수익비가 1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는 연금개혁 방안이 필요하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가 제안한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는 현재의 연금 지급 방식(구연금)과 분리해 운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혁 시점부터 납입한 모든 보험료는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하고,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혁 시점 이전에 낸 보험료에 대해서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하되, 개혁 이전의 기대수익비 1 이상의 급여 산식에 따라 연금을 지급한다.
이 경우 구연금의 적립기금으로 향후 연금급여 총액을 충당할 수 없어 재정부족분(미적립 충당금)이 발생하는데, 이는 신연금과 분리해 일반재정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KDI는 언급했다. 이런 가정 하에선 신연금 보험료율(내는 돈)을 15.5%내외까지만 인상해도 현재 40%의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구연금 재정부족분 연도별 부담 추계 [KDI] |
KDI는 신연금제도의 급여 산정 방식은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와 운용수익, 기대여명 등에 의해 실질 급여가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설계해 재정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개인계좌제와 달리 동일 연령군에 대해 DC형 연금(CCDC형)을 적용하면 소득재분배 기능도 탑재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제도상에선 각 연령군의 구성원이 낸 보험료가 연령군의 통합계좌에 적립·투자 된다.
KDI는 “신연금이 도입된다고 해도 기존 세대 대비 미래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여전히 낮다”면서 “그럼에도 최소한 미래 세대가 기성 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연금개혁이 조기에 추진될수록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혁이 지체될수록 재정부족분이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장 국민연금을 개혁할 경우 구연금 재정부족분의 현재가치는 2024년 기준 609조원(GDP 26.9%) 안팎으로 추정된다. 만약 개혁이 5년 후인 2029년 단행되면 그 금액은 869조원(GDP 38.4%)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편, 전반적인 개혁 없이 현재의 운용방식을 고수하면 2054년에는 기금이 고갈되고, 보험료율을 2배(9→18%) 올리더라도 2080년에는 전체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