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추모했다가 군대 끌려갈 판…”서명 안하면 손가락 부러뜨린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앞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동상 앞에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추모행사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남성들이 당국으로부터 입대를 강요당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는 텔레그램 뉴스 채널 ‘로톤다’ 등을 인용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찰 구치소에서 풀려난 추모객 가운데 최소 6명이 입영통지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톤다는 "체포된 이들은 며칠 안에 입영사무소에 신고하고 군복무를 등록해야 한다고 영장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립언론 루스뉴스(RusNews)도 "석방 2시간 전 입영통지서를 나눠주는 사무실로 끌려갔다. 서명하지 않으면 손가락을 부러뜨리겠다고 하더라"는 한 남성의 말을 전했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나발니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지난 16일 돌연 사망했다. 이에 미국에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러시아 내외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추모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당국은 지난 16일 나발니 사망 이후 최소 400명의 추모객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텔레그램 뉴스 채널 바자는 20일 모스크바주 돌고프루드니에 있는 의회 다수당 통합러시아당 사무실에 불을 지른 10대 남성이 붙잡혀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통합러시아당은 한국의 중학생에 해당하는 9학년 학생인 이 남성이 나발니 죽음에 복수하겠다며 건물에 화염병을 던졌다면서 "큰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이 행동을 테러 행위로 간주한다"고 비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