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56조 투자한 해외부동산…고점 대비 22% 급락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강승연·서지연 기자] 금융권이 56조원 이상 투자한 해외 부동산 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인한 부실화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 시장 악화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6조4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권이 보유한 총 자산 6800조9000억원 대비 0.8% 수준이며, 전분기 대비 1.07%(6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권역별로 보면 보험사가 31조9000억원으로 절반 이상(56.6%)을 차지했다. 이어 은행 10조1000억원(17.8%), 증권사 8조9000억원(14.9%), 상호금융권 3조7000억원(6.6%), 여전사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었다.

투자 지역별로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이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았고, 유럽(10조8000억원·19.2%), 아시아(4조4000억원·7.9%), 기타 및 복수지역(6조6000억원·11.8%) 등이 뒤를 이었다.

[금융감독원 자료]

금융권이 보유한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 중 22.5%(12조7000억원)는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것도 26.9%(15조2000억원)나 됐다. 이후 2028년에는 11조2000억원, 2030년에는 4조6000억원 규모의 만기 도래분이 예정돼 있다.

문제는 해외 부동산 시장 경기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미국과 유럽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그린스트리트 산출)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123.8, 101.2로, 2022년 고점 대비 각각 22.5%, 22.0% 하락한 상태다.

때문에 올해 만기를 맞는 12조7000억원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이미 우리 금융회사가 단일 부동산 사업장에 투자한 35조8000억원 중 6.46%(2조3100억원)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

EOD는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원금 미지급 위험,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의 사유로 대출금을 만기 전에 즉시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EOD 발생 자산은 지난해 6월 말 1조3300억원에서 9월 말 2조3100억원으로 3개월새 9800억원 급증하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

금감원은 선진국의 재택근무 정착 및 고금리 지속 등에 따라 전분기 대비 EOD 발생 자산이 증가하는 등 투자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해외 부동산 투자규모가 총 자산 대비 1% 미만이어서 투자 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김병칠 금감원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상업용 부동산이 추가적으로 상당 폭 하락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도 해봤는데 금감원이 해본 결과로는 규제 비율을 지금 하회하는 등의 위험성이 발생되지 않았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희들이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안전한 자산 쪽에 집중돼 있고, 보험회사도 특정 보험사가 집중적으로 많이 투자한 사례가 없다”라며 “이로 인해 특정 증권사 또는 보험사가 문제 될 수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금감원은 향후 해외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방침이다. 사업장·투자건별 데이터베이스(DB)를 보완하고 금융회사의 손실반영·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도 점검한다.

또한 금융회사 및 금감원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한 신속보고체계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회사·자산별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만기임박 자산 등에 대해 금융회사의 대응계획을 선제적으로 파악·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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