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제공하기로 한 보조금을 받으려고 기업들이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600건이 넘는다고 미국 상무부 장관이 공식 밝혔다. 이에 따라 신청 기업들이 실제로 받게 될 보조금은 이들 기업이 원하는 규모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반도체법과 관련해 미국 안팎의 “기업들이 모두 600건이 넘는 투자의향서를 상무부에 제출했다”며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의 상당한 다수가 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잔혹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까지 알려진 투자의향서 제출건수 460건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법은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약 52조원),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약 18조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원)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보조금 390억달러 가운데 280억달러(약 37조원)를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는데, 최첨단 반도체 기업들이 요청한 자금만 700억달러(약 93조원)가 넘는다고 러몬도 장관은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한정된 보조금으로 최대한 효과를 얻고 세금을 아끼고자 기업들과 보조금 협상을 할 때 기업들을 “쥐어짠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와서 수십억달러를 요청하면 난 ‘타당한 요청이지만 요청액의 절반만 받아도 당신은 운이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최종 합의를 하려고 다시 올 때는 원했던 금액의 절반도 못 받게 되고 그들은 '운이 나쁜 것 같다'고 말한다. 그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 2곳을 조성하는 게 원래 목표였는데 이를 초과 달성할 것 같다면서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는 최첨단 로직 반도체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법 예산이 지금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하지만, 미래에는 ‘제2 반도체법’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지금까지 영국 방산업체 BAE시스템스, 미국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와 글로벌파운드리스 등 3곳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인텔, TSMC, 삼성전자도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