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tvN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 [tvN 캡처] |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모처럼 웃었다.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상 최초로 매출 ‘2조원’ 고지를 넘을 만큼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팬덤 확장에 따른 음원 매출 성장 등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카카오와 대립 끝에 인수에 실패한 후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인수한 지분의 ‘절반’도 매도하지 못 한 채 현재도 적잖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사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8만원’ 밑으로 수직낙하했다.
SM엔터테인먼트 투자 실패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뻔한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의 역대 최대 실적 ‘성적표’로 그나마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부터)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연합] |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2조1781억원(전년 대비 22.6%↑), 영업이익은 2958억원(24.9%↑)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엔터 업계 사상 첫 ‘2조원’ 돌파라는 기록적인 성적을 냈지만, 방 의장에겐 악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뛰어 들었던 하이브는 주가 폭락으로 수 백 억원 손실 위기에 처했다.
당시 하이브는 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주당 12만원에 이수만 전 SM 창업자의 지분(15.78%)을 샀다. 경영권 취득을 철회하면서 기존에 매입한 주식 전량에 달하는 376만주를 처분하려 했지만 약 절반 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그나마 주당 12만원에 샀던 주식을 15만원에 팔아 손실은 피했다.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연합] |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직 보유 중인 SM엔터테인먼트 주식만 약 210만주다. 이 사이 주가는 내리막길을 거듭해 올해 2월 27일 종가 기준 7만7900원까지 떨어졌다. 차익보다 손실이 더 커질 판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SM엔터테인먼트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가 역대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해 방 의장은 그나마 체면을 살리게 됐다. 하이브의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음원, 공연, 팬클럽 부문 등에서 매출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앨범 판매량은 고연차 아티스트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나 저연차 아티스트의 팬덤 확장 국면이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공연 부문에서도 아티스트 전반적으로 규모 및 횟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위버스 멤버십 플러스 또한 연내 도입될 것”이라며 “실시간 번역 기능으로 이용자 85%에 해당하는 해외 팬들이 필수적으로 구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