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의 출근길 지하철 [123RF]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연구하는 일본 학자가 한국과 일본의 낮은 출산율에 대해 "눈앞의 이익을 추구해 경쟁을 부추긴 '자기책임 사회'가 저출산으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이토 고헤이 도쿄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이 2일 보도한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의 저출산 현상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이 이 정도로 지독한 상황에 몰린 것은 도를 지나친 자본주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일본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인 '자기책임'은 노력에 따라 빈부가 결정되고, 자신이 관여한 일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진다는 뜻이다.
그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극단적인 저출산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며 일본의 일부 기업들이 지난 30년간 극심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겪으면서 고용 형태를 바꾼 것이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사이토 교수는 "일본 기업은 종신고용과 연공 서열 등 '일본형 고용'을 없애고 비정규직으로 전환했다"며 "인재를 '비용'으로 간주하게 됐고, 경기가 악화해 인건비를 삭감하는 악순환이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즉 출산율 하락 배경에는 지나친 경쟁과 불안정한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 사이토 교수 견해다.
사이토 교수는 카를 마르크스를 생태학 관점에서 재조명한 저서로 진보적 저술에 주는 아이작 도이처 기념상을 받은 젊은 학자다. 대표작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는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 간행됐고, 한국어로도 번역됐다.
그가 언급한 한국과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에 따른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내려앉았고, 일본의 작년 출생아 수는 18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인 75만8631명을 기록했다.
사이토 교수는 울음소리가 줄어가는 일본 사회에 대해 "사회를 재생산해 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 사회가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 인구가 줄면 많은 인구가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인구 보너스'도 감소한다"며 "향후 일본은 경제성장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제 격차와 기후변화 문제를 방치한 결과, 미래에 희망을 갖지 못한 채 아이를 낳아도 어쩔 수 없는 사람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낳고 싶어도 출산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일본 인구가 도쿄로 유입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도쿄 자체가 특별히 살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라면서도 "일이 있고 돈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빨아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토 교수는 "도쿄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도, 식료품도, 무엇도 만들지 못한다"며 "도쿄가 점차 발전한다고 해서 일본 전체가 반드시 풍족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