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5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인플레이션이 잡힐듯 잡히지 않고 있다. 누적된 비용압력으로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 공공요금 상방압력은 아직도 응축된 상태고, 유류세도 언젠가 정상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가 비교적 늦어질 수 있다. 실질소득에 지속적인 악영향이 예상된다.
2일 2023년 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고작 0.5% 늘었다. 실질 근로소득과 실질 사업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며 2022년 3분기(-0.4%) 이후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실질 사업소득은 1.7% 줄며 5분기째 마이너스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고물가와 이로 인한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가계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당장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2월 물가상승률은 1월(2.8%)보다 상승폭이 커지면서 3%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인을 두 가지로 나눠보면 채소와 과일 등 먹거리 물가 불안, 그리고 국제유가 상승 등이다. 먹거리 물가 불안 중 채소는 생육기간이 짧아 사실상 큰 위협이 못 된다. 그러나 과일은 다르다. 비교적 길게 물가를 끌어 올린다. 특히 사과와 배는 수입도 어렵다.
국제유가는 아예 통제가 불가능하다. 얼마나 고유가가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유가에 따른 비용압력을 상당 기간 억제했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는 물론이고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사실상 재원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가격 상승을 막았다. 그런데 고유가가 계속되면 계속될 수록 응축된 상방압력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기준금리 인하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구간)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긴 시간을 가져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와 미국 금리 역전 ‘갭’이 역대 최대 규모란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국·미국·유로 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에서 “앞으로는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방 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노동시장 상황,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 가격과 누적된 비용압력, 유로 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라스트마일에서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 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