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실망감에도 패닉은 피한 2월증시…재반격 조건은? [투자360]

[연합]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달 국내 증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기대감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예상 시기가 점점 늦춰지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발 실망 매물까지 쏟아지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다.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금융주와 자동차업종으로 대표되는 저PBR 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을 끌어왔다면 이제는 2차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는 수출 개선세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말 대비 각각 6.22%, 8.03% 상승했다.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외국인 수급이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 기간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7조993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7조840억원, 2460억원을 팔아치운 행보와 대조적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로 인공지능(AI) 랠리가 펼쳐지면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관련 종목이 많은 코스닥 시장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같은 아시아권에선 홍콩(항셍H지수·9.52%), 중국(심천종합·6.9%) 등도 지난달 하락세 여파를 딛고 반등세를 보였다. 연초부터 부동산 위기와 경기 침체 우려로 내리막을 탔던 중국 증시는 최근 중국 정부의 잇달은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이달 초 1년3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인 S&P500지수(4.62%), 나스닥종합지수(5.17%) 등도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최근 역사적 최고가를 갈아치운 일본(8.05%), 대만(5.39%), 유럽(5.06%) 등의 주요 지수들도 5%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선 금융주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현대차(1위)와 기아차(5위)를 각각 1조6800억원, 3690억원을 사들였다. 또 저PBR 업종으로 분류되는 금융주에선 하나금융지주(1850억원), 삼성생명(1840억원), KB금융(1440억원) 등을 집중 순매수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정책 발표 이후 보험·은행 등 금융업종과 자동차, 유틸리티 업종이 1차 반등하면서 증시를 견인했다"며 "최근 10년 동안의 2월 외국인 평균 매수 금액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인도, 대만과 비교할 때도 강도 높은 외국인 매수세가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도 다시 코스피를 기웃거리고 있다. 증시 주변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7일 기준 56조115억원을 기록하면서 56조원대를 회복했다.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기 직전일인 23일(53조 4207억원)과 비교하면 2조6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등을 매수하기 위해 증권사에 맡긴 자금이다. 언제든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어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다시 늘고 있다. 신용거래 융자의 잔고는 18조5989억원으로 지난달 19일 이후로 18조원대를 유지 중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17일(18조6079억원) 이후 최대치다. 세부 종목별로 살펴보면, 삼성전자(750억원), 현대차(652억원), 포스코홀딩스(579억원), NAVER(469억원) 등 순으로 '빚투'가 쌓였다. 코스닥 시장에선 알테오젠(449억원), 에코프로(284억원), 에코프로비엠(269억원) 순으로 많았다.

전문가는 '밸류업' 발표 이후 2차 수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지수 레벨업을 할 수 있는지 여부로, 2월 CPI 및 3월 FOMC를 둘러싼 불확실성 점증 등으로 주식시장은 3월 말까지 방향성 재탐색 구간에 돌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들해지면서 금리 변동성도 커지고 최근 저PBR 중심의 상승장도 조정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이재선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유도를 위해선 이제는 '잘 버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제외한 품목들은 2월 들어 이익 추정치 개선세가 정체된 만큼, 수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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