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역 진입한 美증시·비트코인…기록이 기록을 부른다 [홍길용의 화식열전]

마침내 나스닥도 종가기준으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국 증시의 3대 지수 모두 올 들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증시도 1989년 이후 햇수로 35년만에 신고가 행진이다. 미국에서 현물ETF 승인을 얻은 비트코인도 4번째 반감기를 앞두고 원화기준으로 2021년의 최고가를 넘어섰다. 큰 수익을 내려면 자산가격이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을 때의 판단이 중요하다. 멈추고 챙길 것인지 더 갈지.

▶ 신고가 잇따르는 글로벌 증시, ‘경제성장=증시상승’…“한·중·러는 예외’

국내총생산(GDP) 상위 10개국의 주가지수 장기 그래프를 보면 7개국(미국, 독일, 인도,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이 우로 상향하는 모습이다. 이들 7개국 증시는 최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공통점이 있다.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이를 반영하는 증시도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게 자연스럽다. 미국은 성장 기울기가 가장 완만하지만 1983년 이후 연간 증시 상승 확률이 75%를 넘을 정도다.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 증시는 1989년 이후 하락했지만 2009년부터는 반등세를 유지하며 위에 언급한 국가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자본시장의 투명성이 낮은 중국과 러시아의 그래프만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2009년 이후 횡보하는 모습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꼭 닮았다. 코스피는 2021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이 한계에 도달하며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시장이 완전히 합리적인 곳은 아니지만 값이 정해지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많이 줄어든 21세기에는 더욱 그렇다. 시장의 평가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한 재료가 없다면 오랫동안 값이 오르지 못한 주식이 주목 받을 확률은 높지 않다. 덜 오른 한국 증시 보다는 많이 올라 새로운 경계에 들어선 다른 나라 자산에 관심을 갖는게 합리적일 듯하다. 미국과 비트코인이다.

▶ 미국 증시 더 오른다…이유 있는 ‘M7’ 집중

과거가 미래에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사는 비슷한 파동을 반복한다. 과거 S&P500은 사상 최고치 경신한 이후 12개월 동안 평균 70% 상승했다. 신고가 경신 후 바로 다음 해에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난 해에도 S&P500은 26% 상승했는데 1970년 이후 연 20% 이상 상승한 횟수는 14차례다. 그 가운데 11번은 바로 그 다음해 두 자릿수 상승률(평균 13.7%)을 보였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의 성장세에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는 성장률도 물가상승률도 모두 지난해 보다 낮은데 연 5%대의 기준금리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1970년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12개월 동안 S&P500은 평균 16% 올랐다. 일단 과거 자료만 보면 미국 증시는 추가 상승 확률이 높다.

나만 낙관에 앞서 살필 부분이 있다. S&P500의 60%를 넘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Magnificent) 7’로의 과도한 집중이다. 주가는 이익과 기대의 함수다. 이익 전망은 어두운데 주가수익비율(PER)만 높아진다면 ‘거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인터넷 버블 때 그랬다. 최근 M7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나머지 종목들을 압도하는 이익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M7의 12개월 이후 이익전망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값은 37배다. 1970년대 급등한 50개 종목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의 최고치(43배) 보다 낮다. 애플과 테슬라의 사업 전망이 최근 밝지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알파벳(Google), 아마존, 메타(facebook)는 독점적 수익기반을 가진 곳들이다.

▶독점의 힘…엔비디아, MS·애플의 성공경로 밟을 수도

특히 미래 혁신의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히는 AI와 반도체에서 미국 기업의 질주가 어마어마하다. AI 관련 투자가 얼마나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확인해봐야 할 대목이지만 그 수혜가 당분간 반도체 산업에 쏟아질 것은 분해 보인다. 엔비디아에 이어 다른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와 연구개발에도 가속이 붙고 있다. 정부와 다른 미국의 대기업들도 이들의 행보에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의 기술적 우위가 단기간에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설령 흔들린다고 해도 그 주체는 미국 기업이 될 확률이 아주 높아 보인다.

과거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기업들을 보면 독점적인 시장지위를 가진 곳들이 대부분이다. 윈도우3.0과 엑셀로 글로벌 컴퓨터 소프트웨어 시장을 제패한 MS 주가는 1992년 5달러에 불과했지만 현재 82배인 410달러에 달한다. 아이폰이 출시된 2007년 애플 주가는 86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이후 2차례의 액면분할(7대1, 4대1)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5040달러로 58배 이상 오른 것이 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10년 전만에도 15~20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코로나19 수혜로 2021년 835달러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폭락해 2022년에는 100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생성형 AI 반도체에서의 독보적인 역할을 인정받은 이후 주가가 급등했지만 여전히 2021년 기록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반격 강도가 변수다. MS의 전례를 볼 때 엔비디아가 더 오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수록 주가 수준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 비트코인, 반감기 효과 반복되면 15만 달러 갈수도

미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계속 상승할 때 이와 강력한 상관관계를 보인 자산이 있다.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1년새 약 150%, 올들어 3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도 각각 103%, 43%가 올랐다. 이 기간 S&P500의 상승폭 28%, 7%보다 훨씬 높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을 움직이게 한 재료는 무엇일까?

먼저 글로벌 큰손들의 자산포트폴리오에 편입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미국 정부의 현물ETF 승인 이다. 가상자산은 위험자산 성격이 짙다. 증시가 활황일 때 수요가 늘어난다. 수요는 가상자산 가격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가상자산 가운데 신뢰도가 가장 높다.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발행이 제한돼 있다. 21만번째 네트워크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4년 주기다. 공급이 줄면 수요가 같이 감소하지 않는 한 가격은 상승한다. 2012년 이후 4차례 반감기에서 전년과 당년, 다음해 모두 가격이 올랐다. 반감기 이후 최고가도 경신했다. 2012년에는 360일간 9400%, 2016년에는 520일간 2900%, 2020년에는 540일간 680% 오르면서다. 반감기 때마다 이전보다 상승률이 크게 낮아졌던 수치를 대입하면 올해 4월 이후 예상상승률은 150~200%이다. 과거 반감기 이후 최고점을 기록한 후에는 다시 가격이 폭락한 점은 주의할 대목이다. 새로운 수요 기반인 현물ETF가 폭락 방지장치 역할할 지도 관심사다.

이더리움은 5월 23일 미국의 현물ETF 승인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확률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승인되지 않았을 때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본, 여전한 내수 부진…경제성장 다시 정체, 시장과열 우려도

일본 증시가 뜨겁지만 내용면에서 미국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증시 상승은 중앙은행의 ETF를 통한 주식 매입과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 그리고 초저금리가 낳은 엔화 약세다. 그런데 증시가 오른 만큼 경제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 수출 대기업 중심인 니케이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달리 다수의 내수 기업을 포함하는 토픽스는 아직 이전 최고치(2884) 아래다.

노인이 많고 임금이 낮아 소비가 부진하다보니 물가도 잘 오르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에서 절반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최근 경제 성장률은 뚜렷한 둔화세다.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것은 외국인이다. 일본 국민들의 투자 관심은 국내 증시 보다는 미국 등 해외로 쏠리는 모습이다. 금리와 환율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달러 약세로 엔화는 상대적 강세 압력을 받는다. 수출기업에는 가격 경쟁력 약화 요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 연말 니케이와 토픽스 예상치를 각각 4만1000, 2850으로 제시했다. 현재 지수와 큰 차이가 없다. 일본 경제가 아직 ‘불황(deflation)’에서 완전히 탈출한 게 아닌 만큼 증시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도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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