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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한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정부의 의사 증원방침에 반발해 전공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의대 교수가 처음으로 사직 의사를 전했다.
윤우성 경북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교수직을 그만두며'라는 글을 남겼다.
윤 교수는 "선배 의사로서 (전공의들의)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하고 뒤에 숨어 반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어떻게든 잘 해결되길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경북대 토론회에서 홍원화 총장이 의대 230% 증원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대학 본부에서 소위 학자라는 사람들이 본질과 현실 파악에 대한 노력은 없고 정책의 결과도 예측할 생각도 없이, 해당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 채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고 정부 정책을 수용하며 이것 저것 요구하는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필수의료'라고 '필수과'라고 누가 명명했는지 그리고 정확한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며 "외과가, 이식혈관외과가 필수과라면, 현재 그 현장에 있는 제가 그리고 우리가 도움도 안되고, 쓸데없는 정책이라고, 좋은 정책이 아닐 뿐 아니라 오히려 나쁜 정책이라고 말하는데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의 의사정원 증원 추진 방식에 대해 "지금 의료문제에 대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현 의료현실에 책임져야 할 정부 그리고 기성세대 의사들인 우리가 욕먹어야 할 것을 의사생활한지 얼마 되지않은 그리고 병원내에서 누구보다 고생하고 있는 전공의가 다 짊어지고 있는 이런 답답한 상황에 저는 제 위치에 떳떳하게 서 있을 수 없다"고 사직의사를 전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앞두고 이틀째 현장점검에 나선다. 5일 보건복지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현장 방문을 통해 이들의 부재 여부를 확인한 뒤 ‘최소 3개월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에 들어갈 방침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94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발부됐다. 이 가운데 7854명은 각 수련병원에서 명령 불이행 확인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