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주택 팔아서 경제 살릴까…中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부상 [양회폐막]

중국의 니훙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이 그동안 엄격히 금지했던 농촌토지 거래를 허용해 경제 활성화 카드로 활용할 조짐이다. 11일 폐막한 양회(전인대와 정협)에서 부동산과 내수살리기에 대한 뚜렷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농촌토지 거래 자유화가 경기를 살리는 해결책이 될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부동산 침체 등으로 경기 부양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농촌의 토지 매매를 허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SCMP는 “농촌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 후 농촌에 많은 땅들이 남아 있다”면서 이번 양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한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부양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부동산 개혁을 담당했던 멍샤오수 중국부동산개발그룹 전 총재는 최근 한 포럼에서 “농촌 토지가 거래 가능해지면 중국 경제가 20년 넘게 연간 8%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최근 몇 달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루지웨이 중국 전 재무장관은 지난 12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농촌-도시 이중구조’가 깨지면 중국 전체 소비수요가 30%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중국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마을 주택을 팔 권리를 부여하면 이들은 ‘도시 지역에도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등 구매 잠재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도시와 농촌 토지에 대해 별도의 법을 적용하고 있다. 도시 지역의 경우 모든 토지는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있으며, 용도에 따라 40년, 50년, 70년 계약으로 기업과 개인에게 사용권을 부여한다. 사용권은 자동 갱신돼 사유재산이나 마찬가지의 권리를 갖는다.

반면 농촌 토지는 마을 공동체가 소유하고 있고 같은 마을의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다. 농민들이 토지를 사고 팔거나 대출 담보로도 사용하기 힘들다.

도시 주민들이 부동산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과 달리 농촌은 부동산 거래가 금지되면서 도농 소득격차의 큰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 가구의 연간 가처분 소득은 농촌 가구의 2.4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농촌 부동산 거래 허용을 둘러싼 논쟁이 오랫동안 치열하게 전개됐었다. 농업 자원이 손실되고 3억명에 달하는 도시 이주 농민의 기회를 앗아간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양회에서도 리창 중국 총리는 도시 이주 농민들에게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이들에게 도시 주민과 동일한 자격을 제공하는 것이 올해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3억명의 이주 농민의 경제력 높여야 중국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달 국토관리제도 개선 관련 최고위급 간부회의에서 경제적으로 덜 발달한 지역에 더 많은 국토자원을 할당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왕후이야오 중국국제화센터 회장은 이에 대해 농촌 토지 개혁의 가속화에 대한 신호라며 농지에 대한 자유로운 거래를 허용하면 많은 도시 주민들이 시골로 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농촌 지역의 이주노동자 3억명이 남긴 재산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국 경제 활성화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중국의 고속 성장을 20년 더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개혁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 우한대의 허쉬핑 사회학과 학장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중국의 광대한 농촌 지역에서의 사회적 안정을 의미한다”며 기존 정책을 뒤엎을 경우 막대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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