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20% 더 뛰면 애플도 넘는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이끌고 있는 ‘대장주’ 엔비디아가 ‘파죽지세’로 글로벌 시가총액 2위 애플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연초 애플 시총의 40% 수준에 불과했던 엔비디아 시총 규모가 불과 두 달이 조금 더 지난 현재 80% 수준을 돌파하면서 미국 월가에서부터 추월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vs 엔비디아’ 시총差, 연초 2218조→3월 초 592조=12일 글로벌 금융리서치사 인베스팅닷컴과 와이차트(YCharts)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글로벌 시총 3위 엔비디아의 시총은 2조1882억달러(약 2888조원)로 시총 2위 애플 시총 2조6097억달러(약 3445조원)와 격차는 4482억달러(약 592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 기준 애플과 엔비디아의 시총 격차가 1조6800억달러(약 2218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6거래일 만에 시총 격차가 73.32%나 줄어들며 4분의 1 수준까지 좁혀진 셈이다.

현재 주가 기준 애플 주가가 변동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엔비디아 주가가 현재 수준보다 20.48% 오른 주당 1054.56달러가 될 때 엔비디아는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시총 2위 종목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종목 간의 시총 격차가 1조달러 이내로 처음 좁혀진 것은 8840억달러(약 1167조원, 애플 2조8470억원·엔비디아 1조9630억원)를 기록한 지난달 22일이다.

애플 주가가 지난달 28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달 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상승하는 등 180도 다른 길을 걸으면서 두 종목 간의 시총 격차는 급격히 줄었다.

▶올 들어 주가 흐름 ‘애플 -8.03% vs 엔비디아 +81.71%’=작년까지만 해도 애플과 엔비디아 모두 미 증시 강세장을 이끄는 7대 대형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7, M7)’으로 불리며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애플 주가가 48.18 %(129.93→192.53달러) 오를 때 엔비디아 주가는 238.87%(146.14→495.22달러)나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두 종목의 흐름은 완전히 상반된 형국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81.71% 상승했다. 지난해 ‘챗(Chat)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에 이어 올해 들어선 ‘온디바이스(On-Device) AI)’ 시대가 본격 개막하면서 대표 수혜주로서 랠리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AI 칩 시장은 향후 5~10년간 연평균(CAGR) 25~40% 고성장이 전망된다”면서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내 점유율 90%로 독보적 입지를 보유한 엔비디아의 실적 수혜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AI 개발에서 경쟁사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올 들어 M7 대신 ‘AI5(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TSMC, AMD, 브로드컴)’가 미 증시 주도주로 꼽히는 것과 애플의 부진은 무관치 않다”면서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던 기존 이미지가 큰 상처를 입은 점도 애플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냉각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액분·AI 콘퍼런스 ‘호재’” vs “애플, AI 개발에 투자자 물음표”=미 월가 전문가들은 급등 부담에 따른 차익 매물 출회 등으로 단기 조정세가 펼쳐질 수 있지만, 엔비디아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전망한다.

미즈호증권은 지난 5일(현지시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기존 85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향했다. 이 밖에 여러 증권사도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000달러 이상으로 올려잡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가 또 한 번 뛰어오를 계기 중 하나는 오는 18~21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매년 주최하는 AI 콘퍼런스 ‘GTC 2024’가 꼽힌다.

여기에 엔비디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설 경우 엔비디아가 ‘액면분할’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주가를 좀 더 끌어올릴 계기로 꼽힌다. 엔비디아는 지금껏 총 5회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으며, 가장 최근엔 지난 2021년 5월 1주를 4주로 쪼개를 액면분할을 시행했다. 켄 마호니 마호니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아마도 내년쯤엔 엔비디아가 액면분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간 가격 부담에 당장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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