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방의회 청사 [123RF]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스위스가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쓸 수 있는 국제법상의 근거를 찾는 논의에 동참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이런 스위스의 태도에 반발해 자국 주재 스위스 대사를 초치했다.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연방의회에 따르면 작년 연방하원의 가결에 이어 지난주 연방상원도 러시아 동결 자산의 배상금 활용 방안에 관한 국제법 논의에 참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법적 근거를 토대로 러시아 동결 자산을 배상금에 쓸 수 있는지 따져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스위스도 동참하게 됐다.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스위스, 호주 등지에는 러시아 자산 2820억달러(약 375조원) 정도가 증권과 현금 등 형태로 동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 한 자산을 러시아에 돌려주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동결 조처가 내려진 상태다.
미국과 영국 등은 이 같은 동결 자산을 몰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쓰자고 제안하지만, EU 내에서는 이견이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은 이 방안이 법률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유로화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다만 러시아 자산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서 나오는 자본 이익을 몰수하는 데에는 EU 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분위기다.
중립국 스위스는 자본 이익 몰수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자국 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는 실질적인 자본 이익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이를 몰수할 필요도 못 느낀다는 취지였다.
러시아 동결 자산을 배상금으로 활용할 방안을 놓고 국제법적 검토를 벌이자는 스위스 연방의회의 결정은 ‘자산 몰수’에 동의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기존보다 상당히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스위스의 태도 변화에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1일 자국 주재 스위스 대사를 소환해 자산 몰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제법적 검토를 벌이겠다는 의회 결정에 항의했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국가면책에 관한 국제법의 기본 원칙과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한 스위스 당국의 이번 조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가면책 원칙은 특정 국가의 자산을 국제법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 가운데 러시아 공공기관의 자산이 많은데, 이를 임의로 처분하는 것은 국가면책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러시아의 주장이다. 이번 의결을 내리기 전 스위스 연방상원 역시 자산몰수 반대론을 펴며 국가면책 원칙을 거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