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AI 최강자로 돌아온 엔비디아…새너제이는 ‘연두색 축제’로 흥분 [GTC 2024]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의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외벽 전체가 엔비디아를 상징하는 연두색으로 랩핑돼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joz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미국 새너제이)=김현일 기자] “AI 시대를 위한 콘퍼런스”

현존 AI 시장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불리는 엔비디아가 5년 만에 자사 기술 콘퍼런스를 대면으로 개최한다. 엔비디아의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쇼’를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산호세) 일대가 한껏 들뜬 모습이다.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기자가 찾은 새너제이 거리 곳곳에는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이하 GTC 2024)’를 알리는 연두빛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 있어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폭발적인 실적 및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만큼 이번 콘퍼런스는 ‘AI 빅 이벤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의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거리 곳곳에 행사를 알리는 연두빛 현수막들이 줄지어 걸려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joze@heraldcorp.com

이번 콘퍼런스 기간 주요 발표와 전시가 진행되는 새너제이 컨벤션센터(SJCC)로 걸음을 옮기자 행사가 임박했음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6층 높이의 외벽은 온통 엔비디아를 상징하는 연두색이 휘감고 있었다.

외벽에 적힌 ‘AI 시대를 위한 콘퍼런스’라는 문구는 이번 행사의 정체성과 의미를 간단하고 분명하게 전달했다. AI가 지상 최고의 화두가 된 지금 이번 콘퍼런스에서 ‘AI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엔비디아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엔비디아는 호스트로서 전 세계에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 기자가 방문했을 때 컨벤션센터 밖에서는 대형 지게차가 행사장과 트레일러 차량을 분주히 오가며 물품을 실어날랐다. 안에서도 구조물 설치를 마무리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입구에 보안 게이트를 설치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바닥에 앉아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의 개막을 앞두고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입구에 보안 게이트 장비를 설치하는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joze@heraldcorp.com

입구 양 옆에는 보안을 위해 대형 커버로 가려진 세단 차량 두 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미국 전기차 루시드와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이었다. 루시드와 벤츠는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직접 부스를 설치하고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컨벤션센터 주변을 지나던 사람들은 앞에 세워진 대형 조형물 ‘#GTC24’를 발견하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며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도 경제전문 매체 머니컨트롤 소속의 한 기자는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GTC에는 처음 와본다”며 “GTC 2024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 새너제이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머니컨트롤은 인도 최고의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이 소유한 미디어그룹의 매체 중 하나다.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가 열리는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입구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이 대형 커버로 뒤덮인 채 개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joze@heraldcorp.com

그는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점을 묻자 단연코 “AI”라고 답했다. 반도체와 스타트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기자는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와 독일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이번 콘퍼런스 최고의 이벤트는 엔비디아 창업자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19일 오후 1시 컨벤션센터 인근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두 시간에 걸쳐 연설을 펼칠 예정이다. SAP센터는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콘서트장이다.

컨벤션센터에서 도보로 20분 거리에 있는 SAP센터에 직접 가보니 진입하는 대로를 따라 양 옆으로 GTC 2024 현수막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SAP센터 내부로 이어지는 입구 계단도 연두색으로 빈틈없이 랩핑돼 있었다. 젠슨 황 CEO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자사 최첨단 AI 가속기인 H200의 성능을 앞지르는 차세대 AI 칩 B100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시장은 관측하고 있다.

19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이 진행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 전경. 17일 기자가 찾았을 때 SAP센터 내부와 주변 일대는 엔비디아를 상징하는 연두색으로 랩핑이 돼 있었다.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joze@heraldcorp.com

엔비디아가 매년 개최해왔던 GTC는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이번에 5년 만에 대면으로 전환(온·오프라인 병행)해 열리면서 여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5년 사이 엔비디아가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급부상한 점도 전 세계가 이번 행사를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엔비디아는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주가는 2019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1388% 폭등했고, 지난해 연간 매출은 2019년 대비 500% 성장한 600억 달러(79조9200억원)를 올렸다.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현지시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입구에 설치된 보안 게이트. 사진=김현일 기자(새너제이)/joze@heraldcorp.com

최근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오픈AI 등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눈을 돌리면서 엔비디아로서는 이번 GTC에서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이에 걸맞게 엔비디아는 이번 행사의 규모를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키워 준비했다. 900개의 세션과 250개 이상의 전시, 수십 개의 기술 워크숍 등으로 스케줄을 꽉 채웠다. 온라인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30만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비전이 부스를 설치하고 관람객들을 만난다. KT는 엔비디아와 대담을 통해 양사 AI 협력 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3D 플랫폼인 옴니버스를 활용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가상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술과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CXL(Computer Express Link)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측은 “GTC는 개발자와 컴퓨팅 생태계가 함께 모여 서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장소”라며 “이번 GTC를 통해 AI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유익한 기회와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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