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 모두에게 필수적이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에 맞게 주식과 채권의 비율이 알아서 조정되는 TDF(타깃데이트펀드)는 분산·장기·저비용·적립식 4가지 투자 원칙이 한 데 모인 최적의 자산배분 상품이다.”
배재규(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장기투자상품인 TDF에 저비용 투자 수단인 ETF(상장지수펀드)의 장점까지 녹인다면 비용 절감 효과가 복리로 나타나면서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다양한 자사 ETF 라인업을 활용할 수 있는 운용사가 TDF 시장에서도 강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 대표는 여의도 증권가에서 ‘ETF의 대부’라고도 불린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근무하던 2000년대 초반 국내시장에 처음으로 ETF를 소개했다. ETF 시장은 도입 직후 한동안 성장세가 더뎠지만 지난해 자본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2005년까지만 8000억 원 규모였던 ETF 시장은 지난해 12월 120조원을 돌파한 이후 세 달이 채 안돼 130조원을 돌파했다. 그는 여전히 “ETF는 가장 효율적인 자산배분 수단”이라고 말한다.
최근 배 대표가 주목하는 흐름은 ETF가 연금시장으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TDF와 ETF와의 시너지 효과를 주시한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위험 자산 비율은 낮추고 안전 자산 비율을 높여주는 일종의 ‘생애 주기별’ 펀드다. 연금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 운용하는 게 좋은데, 대표적인 장기 투자 상품인 TDF에 보수가 저렴한 ETF의 장점까지 더한다면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투자자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결국 분산투자·장기투자·저비용 투자·적립식 투자”라며 “이 원칙에 부합하는 것은 ‘자산배분’이며 여기에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TDF”라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저비용 투자수단인 ETF를 활용한다면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 효과가 쌓이면서 작은 비용 차이가 거대한 성과 차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운용사는 ETF 경쟁력을 갖춰야 TDF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 대표는 “운용사 입장에서 타사 ETF로 자산배분을 하는 것보다 자사 ETF 라인업을 갖춰서 이를 활용한다면 비용 등 측면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체 ETF 경쟁력을 토대로 TDF 상품을 만든다면 비용뿐만 아니라 수익률도 차별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배 대표는 취임 후 이같은 고민을 담아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를 선보였다. 해당 펀드는 기존 액티브(Active) 펀드에 투자하는 TDF와는 다르게 ‘패시브(Passive) ETF’에 투자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와 함께, 연금상품은 한국형 생애주기를 고려한 설계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를 위해 한투운용은 생애주기별 인적 자본 분석을 바탕으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도 자체 개발했다. 한국인의 생애주기별 인적 자본을 정밀히 계산해 한국인의 생애 주기에 최적화한 자산배분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배 대표는 “연금은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을 포함해 모두에게 필수적”이라며 “결국 기술주와 같이 장기 성장성이 좋은 투자처를 선정해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다만, 잦은 매매를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상품 개발과 마케팅으로 과열된 ETF 시장 경쟁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최근 자산운용업계는 ETF 전쟁을 치르고 있다. ETF 보수율 인하 경쟁에 너도나도 뛰어드는 식이다. 쏟아지는 테마형 ETF는 인덱스 펀드에서 출발한 ETF의 철학을 훼손하고 패시브 투자의 장점도 없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배 대표는 “운용사의 자정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결국 운용사끼리 윈윈을 하기 위해서는 각 운용사들 스스로 양심에 기반해 상품을 출시하고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