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에 뒤처진 애플이 오랜 경쟁자인 구글에 손을 내밀었다. 아이폰을 비롯해 20억대에 달하는 애플 기기에 구글 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챗GPT 제조사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트너십을 뛰어넘는 협력이 될 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곧 출시할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에 자체 AI 모델을 탑재할 계획인 가운데 이를 위해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체 AI 모델에는 간단한 명령어를 기반으로 이미지와 글을 작성하는 기능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구글과 계약조건이나 서비스 이름 등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 중”이라며, 오픈AI와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계약 조건이나 구현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구글과 오픈AI 둘 다 가능성이 있지만 구글과의 협력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하는 모습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올해 10% 이상 주가가 하락했던 애플의 주가는 이날 오전 2% 안팎의 오름세를 보이다 0.64% 상승 마감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4% 넘게 올랐다.
▶예전만 못한 애플·구글…AI 시장 반전 모색=그동안 구글과 애플은 AI 열풍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은 한때 AI 기술의 선두 주자였지만, 챗GPT를 내놓은 오픈AI가 등장하면서 지난해부터 시장의 주도권을 뺏겼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달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는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했지만, 각종 오류에 20여일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생성하고, 여성이나 유색인종의 이미지를 백인화하는 등의 오류가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애플도 구글처럼 AI 시장에 밀릴 위기에 놓였다. 아이폰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성형 AI 투자도 뒤처지면서 MS에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올해 AI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며 “이는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기회를 열어주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억대 애플 기기에 구글 장착…경쟁자에서 협력자로=이번 파트너십은 두 기업 모두에게 중요한 변곡점이 될 예정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안드로이드와 iOS 운영체제로 10년 간 경쟁자였던 구글과 애플은 협력자로 바뀌게 된다.
두 기업이 함께 ‘반전의 역사’도 쓸 가능성도 커진다. 구글로서는 애플이 아이폰 등에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를 탑재하면 20억개 이상의 전 세계 애플 기기로 제미나이를 확장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1월 삼성전자의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에도 제미나이를 장착하고 있는 만큼 애플과 손잡으면 오픈AI와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애플로서는 구글과 협력을 통해 생성형 AI에서 뒤처졌다는 시장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MS에 내준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금융분석회사 멜리우스 리서치의 분석가들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애플이 더 많은 검색 수익을 유지하도록 구글을 도울 경우 구글에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또 제미나이 오류 등 각종 논란에 빠진 구글에게는 신뢰를 회복해 MS와 오픈AI를 이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구글과 애플은 이미 검색 엔진 분야에서 수 년간의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애플은 사파리 웹 브라우저에서 구글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사용해 왔다.
다만 애플의 신제품 행사인 6월 전까지 파트너십을 공개하지 않을 거란 평가가 우세하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애플이 오픈AI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수석 주식 리서치 분석가인 댄 아이브스는 “두 회사 간 파트너십은 현재 애플 파크 내에서 개발 중인 아이폰 16이 AI 기능을 활용해 시장의 잠재적인 게임 체인저 아이폰 출시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아이폰 판매를 늘리려는 기술 청사진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