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고려아연과 배당, 정관변경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지 하루 만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영풍빌딩. 서재근 기자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과 배당과 정관변경안을 놓고 표 대결을 벌인지 하루 만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9월 13일 고려아연과 현대차의 해외합작법인인 HMG글로벌간 이뤄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대상이 되는 주식은 액면금액 5000원 보통주식 약 100만주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HMG글로벌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그룹 신사업 및 미래 전략 투자를 목적으로 설립한 미국 현지 법인이다. 주당 가격은 50만4333원으로, 총 거래금액은 약 5272억원 규모다.
고려아연과 현대차그룹은 지분 인수에 대해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소재인 니켈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양사가 추진 중인 협력안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31일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해 설립한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헤럴드 DB] |
영풍은 소송 제기 배경과 관련해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신주 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며 “그러나 고려아연과 HMG글로벌 간 신주발행은 이 같은 사유가 없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모든 절차는 상법과 회사의 정관을 토대로 합법적인 절차로 이뤄졌다”며 “영풍의 주장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와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전기차 산업 분야에 기술 교류 등 사업을 넘어 기술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HMG글로벌의 신주 인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통해 니켈제련소 건설 등 실제적인 사업과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영풍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19일 서울 영풍빌딩 별관에서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총이 진행 중인 모습. [고려아연 제공] |
한 재계 관계자는 “영풍과 고려아연 양사 모두 전날 고려아연 주총 직후 ‘양사 간의 자율경영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이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상생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하루 만에 소송전에 나선 것은 시장의 신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서울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총에서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은 통과됐다. 해당 안에는 결산 배당을 5000원으로 상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영풍은 결산 배당으로 전년과 동일한 1만원을 주장했다.
반면, 배당안과 더불어 주총 핵심 안건으로 꼽힌 ‘정관 변경의 건’은 고려아연의 지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참석 주주 과반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특별결의 통과 여건인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