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인플레 둔화 기조 안 변해”…양적긴축 속도 조절 논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 3회 인하 전망을 유지하고 양적긴축(QT)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을 논의했다. 지난 2년간 물가를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쳐 온 연준은 이제 긴축의 고삐를 늦추며 통화정책 선회(피벗)로 다가서고 있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공개한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전망했다. 현재 금리에서 3차례 인하를 예상한 것이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 19명 중 절반이 넘는 10명이 올해 0.75%포인트(3회) 이상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9명은 0.50%포인트(2회) 이하의 인하를 예상했다.

3회 이상 인하를 예상한 위원은 지난해 12월 FOMC 당시 11명보다 1명 줄었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위원 모두가 1회 이상의 인하를 전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명이 연내 인하가 없을 것으로 봤었다.

연준은 이날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했다.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로 지난해 12월보다 0.2%포인트 높였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4%에서 2.1%로 올렸다.

내년과 내후년 기준금리 전망도 높였다. 2025년 금리는 3.6%에서 3.9%로, 2026년은 2.9%에서 3.1%로 조정했다. 2026년 이후 장기 금리는 2.5%에서 2.6%로 상향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연내 3회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 것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둔화 기조에 있다는 판단 하에 2% 목표 달성까지 인내심을 갖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2월 기대를 웃돈 물가 지표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개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그곳(1∼2월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연준은 2% 물가 목표 달성까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더 오래 견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과잉 긴축’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복력 있는 미국 경제 상황으로 인해 현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었지만 상황이 곧 바뀔 수 있다”며 연준 위원들이 급격한 수요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이 내놓은 양적긴축 속도 조절 논의 언급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대차대조표 축소’로도 불리는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가리킨다.

파월 의장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한 이후 보유 증권이 약 1조5000억달러 감소했다”며 “이번 회의에서 우리는 자산 매각 속도를 줄이는 이슈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이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위원회에서 조만간(fairly soon)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속도를 늦추는 것은 대차대조표가 궁극적으로 덜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금융시장의 원활한 전환을 보장하고, 스트레스 가능성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튜 래스킨 도이체방크 미국 금리 연구 책임자는 이날 회의에 대해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 전망치 상향과 기준금리 인하 예상 유지가 대조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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