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앞줄 가운데) 대표가 조수진(왼쪽), 류삼영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서울 강북구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공천의 마지막을 채웠던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새벽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과거 수임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내용으로 가해자 변호 활동을 한 것 등의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과거 막말 발언 관련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에 이어 또 한 번 서울 강북구을 경선 통과 후보가 낙마하게 되면서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후보 등록 마감날까지 계속됐다.
조 변호사는 이날 새벽 자신의 SNS에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적었다.
조 변호사의 자진 사퇴는 자신이 과거에 맡은 성범죄 사건 변호 이력 관련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과거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받는 A씨 사건 변호를 맡았다. 한의사인 A씨가 추나요법 치료를 하던 중 여성인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혐의의 사건이었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조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들은 피해자가 추행을 당하고도 항의하거나 간호사 등에게 알리지 않은 점, 그 이후에도 A씨로부터 추나요법 치료를 받은 점 등을 내세워 ‘일반적 성추행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 주장을 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없다고 강조한 것인데, 이 같은 변론 내용이 알려지면서 2차 가해 논란이 확산됐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도 지난해 7월 선고에서 “성폭력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에 반드시 정형적인 어떠한 모습이 드러나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른바 ‘피해자다움’의 행동양식이 존재한다거나 그것이 부족하다고 해 그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안 외에도 조 변호사가 과거 맡았던 성범죄 피고인 변호와 관련해 논란이 된 사건은 더 알려져 있는 상태다. 특히 ‘강간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현해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 활용을 언급하는 등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성범죄 가해자가 어떻게 하면 더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지 홍보한 부분도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변호사가 어떤 혐의의 피의자, 피고인이든 형사사건을 맡아 변호할 수 있지만, 최근 알려지고 있는 조 변호사의 성범죄 사건 변호 이력과 변론 내용을 보면 2차 가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전날 성명에서 “성범죄자도 변호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과 성범죄자에게 법망을 피하는 기술을 홍보하는 것, 가해자의 법적 이익을 위해 성범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 변호사가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앞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에 이어 민주당 서울 강북구을 후보는 또 한 번 본선 문턱에서 낙마한 모양새다. 경선을 두 번이나 하고도 후보들이 각각의 논란으로 줄줄이 물러나 후보 등록 마감날까지도 파열음이 계속되면서, 총선을 20일도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 본격 선거전을 앞둔 민주당으로선 공천 잡음 악재를 떠안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