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진행된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제공] |
금호석유화학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과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철완 전 상무와 손 잡은 사모펀드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차파트너스)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이 모두 부결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2일 서울시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진행된 제 47기 정기주총에서 회사 측이 상정한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자사주 처분 관련 이사회 권한 명확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최도성 선임 등을 통과시켰다.
주총은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금호석유화학, 차파트너스가 양측 의결권을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1시간 이상 지연됐다.
이날 최대 관심사는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안건의 통과 여부였다. 금호석유화학 최대 개인 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9.1%)로부터 주주제안권을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 결의로 자사주 소각하도록 정관 변경 ▷회사 보유 자사주(18.4%) 전량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김경호 선임 등을 요구했다.
주주제안에 대해 금호석유화학과 차파트너스는 주총 이전부터 팽팽히 맞섰다. 특히 자사주 전량 소각에 대해 금호석유화학 측은 “섣부른 자사주 처분은 향후 재무적 유동성이 필요한 시점에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는 리스크를 가진다”며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년간 50%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 주총에서 차파트너스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금호석유화학이 제안한 ‘자사주 처분 관련 이사회 권한 명확화’가 74.6%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사주 관련 안건은 자동으로 부결됐다.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관련해서도 금호석유화학이 상정한 안건이 통과되면서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김경호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박철완 전 상무, 차파트너스를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총 지분이 10.88%에 이르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등을 비롯해 금호석유화학 지분 9.0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금호석유화학 안건을 지지하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박철완 전 상무는 2021년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가 패하고 회사에서 해임됐다. 이후에도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한편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주요 통화국의 긴축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등 불확실성은 지속됐음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시장 및 제품별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3대 신성장 사업으로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등을 꼽았다. 백 사장은 “석유화학 불황은 장기간 예상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발굴함과 동시에 핵심 역량을 공고히 해 신사업 성공 확률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