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15만원(112.27달러)→122만원(914.35달러). 1년 5개월 전(2022년10월14일)만 해도 100달러대에 그쳤던 주가는 최근(21일 기준) 7배(714%) 가량 뛰었다. 1개당 원화로 1억원을 돌파한 비트코인의 같은 기간 상승률(220%)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높다. 올 들어 테슬라를 제치고 서학개미들의 ‘최애’주(株)로 등극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이른바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랠리의 선봉장에 서서 격변하는 기술시장의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고 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만들던 과거 수차례 도산 위기에 처했고, 제품 품질 문제로 애플로부터 거래중단 통보를 받았던 암흑기는 사라졌다.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학습 속도를 높여줘 이른바 ‘AI 가속기’라고 불리며, 시장의 80%를 점유한다.
엔비디아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젠슨 황 CEO는 18일 ‘AI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차세대 인공칩인 ‘블랙웰’을 올해 말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AI칩 제조업체에서 플랫폼업체로 전환을 선언했다. 소프트웨어까지 구축해 각종 산업에서 쓰이는 AI용 GPU를 공급하겠단 구상이다. 이날 자체적으로 훈련시킨 소형 로봇을 선보이며, 로봇 사업에 대한 야심도 숨기지 않았다.
엔비디아를 향한 서학개미 매수세는 압도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1일 기준, 올해 들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이다. 엔비디아는 이날까지 5조9354억원(44억3438만달러)어치를 매수했다. 기존 1위였던 테슬라(5조90억원·37억4231만달러)보다 약 1조원 가까이 더 많이 사들였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1위였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시장 내 부진, 독일공장 가동 중단 등 악재를 맞으며 지난 2월부터 자리를 내줬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3000조원대로(2조2900억달러·21일 기준), 코스피 전체 상장사 시총 합(2240조원)을 넘어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위치한 SAP센터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차세대 GPU 블랙웰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AFP] |
엔비디아 주가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도 제기된다. 현재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다음 분기 예상 순익을 적용할 경우 35.4배다. 미국의 경제포털 야후파이낸스는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평균보다 높지만 기술주 영역에서 비교 시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 “약간 고평가돼 있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주가가 성장률 대비 적정한 수준인지를 평가하는 매출대비이익성장률(PEG)은 1.02 수준으로 거품이라 볼 수 없다고도 분석했다.
1990년대 기술주 중심으로 주가 붕괴를 겪었던 시점과 비교해, 거품이라는 의견도 있다. 토스턴 슬록 아폴로의 수석분석가는 “현재 S&P500의 상위 10대 기업은 1990년대 중반 기술주 버블 동안 상위 10대 기업보다도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며 “현재의 AI 버블은 1990년대 기술주 버블보다도 크다”고 분석했다. 1995년에 10대 기업의 PER은 19 내외였고, 거품이 절정에 오른 2000년에는 25였지만 현재는 30에 육박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향후 12개월 예상 수익에 비해 32배로, 지난 2년간 수치였던 38배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지난 4분기 당기 순이익이 122억9000만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769% 증가하면서 되려 떨어졌다.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여력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의 로젠블라트증권은 엔비디아의 12개월 목표주가를 1000달러대로, 룹 캐피털은 1200달러로 제시했다. 대부분 주요 투자은행은 약850달러대를 전망했다. 엔비디아가 최근 주가가 급등한 것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이 뒷받침된 게 주효했다. 올 1분기 예상치는 매출액의 경우 전분기 대비 6~11%, 전년 동기대비 227~240% 상승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12%, 전년 동기대비 408~440% 높게 예상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등 속에서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던 점을 감안하면, 가이던스는 주가에 중장기적으로 중립 또는 그 이하의 숫자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2분기 이후 분기 실적 성장세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AI 업종의 주가 모멘텀이 다소 약해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