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3월 셋째 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는 기업의 합산 몸값이 9조원을 훌쩍 넘고 있다. 다양한 매물과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고려하면 매수자의 인수 의지가 매도자보다 우위에 있는 시장 분위기가 지속되는 상태다. 대부분 딜이 사모펀드(PEF) 운용사 보유 매물로 거래 종결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A나 투자 유치를 대기 중인 기업은 6곳이다. 여기에 ▷에코비트 ▷롯데손해보험 ▷제뉴원사이언스 ▷프리드라이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등이 해당된다.
6개 기업 매도자의 희망 몸값을 고려한 예상 거래 금액은 9조원 이상이다. 종합 환경, 보험,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상조, 항공, 화학 등 사업 영역도 다양하다. 작년부터 대규모 M&A가 부재한 상황에서 조 단위 딜이 시장 온기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드라이파우더가 충분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PE 행보에 관심도가 높다. 실제로 롯데손해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5곳의 경우 PEF 운용사가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경우 저비용항공사(LCC)가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나 PE를 지배주주로 두고 있거나 PE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롯데손해보험은 금융회사 특수성과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금융지주 등 전략적투자자(SI)를 인수 후보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상당수 매물의 매도자 역시 PE라는 점이다. 에코비트는 콜버스크래비스로버츠(KKR), 롯데손해보험은 JKL파트너스, 제뉴원사이언스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 프리드라이프는 VIG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와 직결되는 딜이다.
원매자는 업황 변동성과 자금 조달 비용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 원금과 목표 수익률을 고려하면 매도자가 밸류에이션 눈높이를 조정하기도 쉽지 않다. 상당수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 종결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딜의 완주 가능성이 높은 매물로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가 유력하다. 대한항공이 2020년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유럽경쟁 당국에서 기업결합을 승인 받기 위해 제시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에는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4곳이 참여했고 이들 모두 적격인수후보로 포함돼 실사를 개시했다. 매도자 희망 가격은 5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데이터 룸에 공개된 정보가 빈약하고 적정 가치를 도출할 자산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점이 변수다.
시장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매도자가 가격 욕심을 내기보다는 팔아야 하는 명분이 앞서 결국 인수자가 협상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인수 후보자인 LCC의 자금력이 중요한데 대부분 자체 유동성이 부족한 점은 한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