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국면 다시 원위치…’2000′에 발목 잡힌 의료개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의료계와의 대화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연합]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의정 양측이 화해 제스쳐를 취하면서 화해 국면에 접어드는가 했던 의정 갈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2000명 증원 규모를 놓고 이를 고수하는 정부와 축소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입장차가 맞서면서 양측의 입장 변화가 향후 사태 흐름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2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25일부터 사직서 제출을 시작하면서 ‘2000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교수단체인 교수협의회는 26일 긴급 제안문을 내고 “급격한 증원 결정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의학의 퇴보를 초래할 수도 있고, 정부의 이공계 육성과 무전공 입학 정책을 무력화시킬 것”이라며 정부에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다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료계가 ‘2000명 증원’ 재검토를 촉구하며 사직서 제출을 강행하고 있지만, 정부는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중대본 회의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면서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말해 이번 증원 규모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현 의정 갈등 국면에서 ‘2000’이라는 규모 수정 여부가 향후 사태 흐름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2000명 증원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서류상 만들어진 숫자에 불과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낸 상황”이라면서도 “증원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교육 및 수련 여건에 기반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면허정지 유예로 일단 상황 악화를 막았지만 의료계와의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고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복수의 연구 보고서가 향후 의사 수가 2만명 이상 부족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는 점을 증원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더해 이미 대학별로 증원 인원 배정이 끝나면서 이를 되돌리는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여러 차례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2000명을 뒤집으려면 거기에 상응하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증원 규모를 놓고 양측이 대치하는 국면의 성격이 강하다”며 “양측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입장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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