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즈존'을 선언한 제주의 한 식당.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제주의 한 유명 식당이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노키즈존'을 선언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주의 한 식당이 노키즈존으로 바뀌게 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해당 식당은 제주도에서 우럭튀김으로 유명한 곳이다.
식당 측은 공지에서 6개의 사례를 들어 노키즈존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손자 손녀를 두고 있는, 아이를 너무 좋아하는 저희로서도 향후 노키즈존을 언제 끝낼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식당 측은 먼저 "대표 메뉴인 우럭 정식은 생양파 양념이라 간혹 매울 수도 있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매운 음식이라는 빨간 양념 비주얼에 부모님들이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양파를 익혀서 소스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신다"며 "현재 우럭 정식 양념은 미리 제조·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빨갛게 보이지 않도록 간장으로만 소스를 다시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튀긴 생선 요리라서 잔가시도 씹어 먹을 수 있으나, 가끔 굵은 가시가 씹힐 경우 아이에게 위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부모들이) 아이가 먹어도 될 정도의 튀김을 강요하고, 사고가 나면 컴플레인(불만)도 우리 몫"이라며 "매일 제공하는 국을 아이를 위해 간을 덜 세게, 덜 짜게, 덜 맵게 해달라거나 아예 '아이를 위한 레시피로 국을 다시 끓여달라'는 무리한 요구사항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키즈존'을 선언한 제주의 한 식당 대표 메뉴.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
또 "매일 바뀌는 8가지 반찬 중 아이가 먹을 만한 반찬이 없으면 메뉴에도 없는 계란프라이, 계란말이, 조미김, 생김 등을 달라고 한다"며 "많은 요청에 조미김과 아이 반찬 등 여러가지를 구비했으나 가게 운영상 무제한으로 제공돼야 하는 점도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아울러 일부 부모가 다른 손님이 있는데도 키즈 채널을 고정해서 틀어놓거나,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와중에 아이들을 방치하는 점도 노키즈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렇게 요구사항 많은 부모들은 애들을 위한 메뉴로 식사할 마음은 전혀 없다", "나도 애엄마지만 이해가 안 간다", "노키즈존이 너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난 노키즈존만 골라다닌다 애들 때문에 짜증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본 예의는 좀 지켰으면"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키즈존을 유지하는 이유로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라는 응답이 68.0%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