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각 역에는 평균 6~7개 이상의 표 파는 창구가 출입구 부근에 배치되어 있으므로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에는 매표창구에 가서 표를 사면 된다. 정기 승차권에 있어서는 전용창구가 지정되어 있으므로 지정창구만을 이용해야 한다.”
1974년 8월 14일 매일경제에 ‘지하철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50년 전 서울 지하철의 역사적 개통(서울역~청량리 구간)을 하루 앞두고, 시민에게 지하철 이용에 앞서 알아 둬야 할 일을 신문을 통해 자세히 알려야 할 정도로 당시 지하철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청량리역의 경우 평상시에는 7개 매표소를 운영하다가 출퇴근시간대 승객이 몰릴 경우 5개를 더 늘릴 정도로 매표소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지하철의 첫 승차권은 에드몬슨식이었다. 종별·도착역 등의 표시 사항을 용지에 인쇄하여 제작해놓은 승차권 형태다. 1986년까지 사용되다가 3·4호선의 개통과 ‘86아시안게임 개막에 맞춰 역무 자동화와 함께 마그네틱 승차권이 도입됐다. 정밀 전자기기를 통과시키면 입력된 내용이 판독되는 마그네틱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승차권은 자석이나 땀 등에 의해 훼손되기 쉬운 문제가 있었다. 당시 자석을 이용한 건강용품착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승차권 훼손도 잦아 역 직원이 마그네틱 뷰어로 판독해서 금액과 행선지 등을 확인 후 승객에게 잔액을 반환하는 일이 주 업무 중 하나였다. 이 같은 불편을 없애고자 발권기 배지를 기존 플라스틱에서 탄력성이 우수하여 파손율을 크게 낮출 수 있는 PVC롤지로 개선하게 된다. 이후 1998년 RF(Radio Frequency)시스템을 이용한 교통카드 도입을 거쳐, 마침내 2009년 1회용 교통카드시스템이 전면 도입, 현재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의 매표 시스템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또 한 번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태그리스(tagless) 결제시스템 플랫폼 도입이다. 지하철을 탈 때 모바일의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카드를 태그하지 않아도 빠르게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까지 사용 중인 RF교통카드 시스템은 승객이 카드 또는 모바일을 단말기에 접촉하여 요금을 결제해야 해 혼잡시간대 승객이 몰리면 개집표기에 긴 대기줄이 발생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태그리스 개집표 시스템이 도입되면 승객의 교통카드 처리속도를 높여 역사 내 혼잡도를 완화 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약자나 손에 짐을 든 승객이 겪었던 불편을 해소해 편의성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우선 태그리스 개집표기 측위 기술의 자체 실증을 위해 2호선 용답역, 3호선 옥수역, 4호선 사당역 등 4개 역 10개소에 시범 설치할 계획이다. 향후 역사 내 설치된 통신사 기지국에 UWB(Ultra-Wideband, 초광대역) 기술을 활용하는 기술 고도화 추진과 타 도시철도 운영기관과의 협의 등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진정한 모바일 태그리스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돌이켜보면 서울 지하철의 기술 진보는 늘 시민을 향해 있었다. 인프라를 고도화하여 시민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드는 일, 끊임없는 기술 혁신은 100년 지하철로 나아가는 든든한 날개가 되리라 믿는다.
김성렬 서울교통공사 기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