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노크로스의 태양광 업체 생산시설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다음달 중국 방문을 앞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산업 정책이 전세계 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직격했다. 중국이 미국의 보조금 정책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맞물려 다시 미중 간 갈등이 부각되는 형국이다.
옐런 재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조지아 주 노크로스의 한 미국 태양광 업체를 방문해 “중국에서의 과잉 생산에서 비롯된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철강과 알루미늄 등 산업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은 상당한 과잉 투자와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고 중국 기업은 낮은 가격으로 해외 수출에 나섰다”며 “이로 인해 중국 내 생산과 고용은 유지됐지만 세계 산업은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태양광, 전기차, 2차전지 등 새로운 산업에서 과잉 생산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세계 가격과 생산 패턴을 왜곡하고 기업과 노동자에 해를 끼친다”고 덧붙였다.
이날 옐런 장관이 방문한 곳은 지난 2017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문을 닫았다가 이번에 재개장한 태양광 기업의 생산시설이다.
옐런 장관은 같은 날 MS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 만큼 막대한 산업 보조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없으며 중국의 욕망은 전세계에서 이들 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신규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1년 전보다 28% 급증했다.
전기차 등 신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은 현재 미중 간 갈등의 첨예한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배제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차별적이라며 미국을 세계 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상황이다.
옐런 장관이 내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만큼 중국과의 대화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주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는 “미국 기업과 노동자가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카운터 파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떨어지는 경제 성장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해외 직접투자(FDI)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보고 미국 기업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상공업계와 학술계 대표단을 만나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전세계 주요국 중 선두였다”면서 “중국 경제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다”며 이른바 ‘중국 경제 정점론’을 부인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포함한 각국 기업에 더 넓은 발전 공간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경제·무역·농업 등 전통적 영역이든 기후변화·인공지능(AI) 등 신흥 영역이든 중국과 미국은 상대방의 발전에 도움이 돼야지 방해가 돼선 안 된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를 비판했다.
이날 회동에는 미국 보험사 처브의 에반 그린 최고경영자(CEO) 겸 미중관계 전국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창립자,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 크레이그 앨런 미중기업협의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