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내수 둔화의 영향으로 소비가 3.1% 감소했다. 특히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4.8% 줄었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서울 시내 음식점 모습. [뉴시스] |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달 산업 생산이 2년여 만에 넉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서서히 살아나는 듯했던 소비가 다시 고꾸라지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 진입’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였다. 최근 수출 호조에도, 고물가·고금리에 짓눌린 소비 탓에 내수 중심의 경기 불안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재화 소비의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지난해 12월(0.5%)과 올해 1월(1.0%) 미약한 반등을 보이며 소비 개선세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었으나 다시 하락 전환했다.
같은 달 산업 생산(1.3%)이 광공업(3.1%) 등에 힘입어 넉 달 연속 상승하고, 설비투자(10.3%)가 운송장비(23.8%)와 기계류(6.0%) 등을 바탕으로 9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한 것과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지난달에는 ‘먹고 바르는’ 품목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음식료품과 화장품, 차랑 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가 4.8% 감소했고, 통신기기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도 3.2% 줄어들었다. 반면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만 2.4% 늘었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면세점(-43.8%), 대형마트(-7.4%), 백화점(-5.2%) 등 대체로 지출 규모가 큰 곳에서 감소했고 무점포소매(5.8%), 편의점(2.8%), 전문소매점(0.9%), 슈퍼마켓 및 잡화점(0.6%) 등에서 소폭 증가했다.
통계청은 전반적인 지표가 양호함에도 소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생산 측면의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0.7%)이 여가(7.4%), 숙박음식점(5.0%) 등을 중심으로 늘었으나, 재화 부문에서 소매판매 감소가 두드러지다 보니 소비가 좋은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농산물 물가 상승 등이 소매판매 감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찍은 이후 차츰 회복되는 조짐이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소매판매의 경우 2개월 연속 상승 후 조정 효과와 설 연휴 소비감소 경향, 3월 전기차 보조금 본격 지급에 따른 차량구매 이연 등이 맞물리면서 일시적으로 주춤한 모습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소비 개선세에 대해서도 갤럭시 S24 출시와 연초 여행수요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지난해 3분기와 4분기가 소비의 바닥이었고, 올 들어서는 서서히 올라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흐름이 생산이나 수출보다 강하지 않아 속도 차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카드판매나 해외여행객 증가세를 주시하면서 소비가 정상화하는 흐름으로 가는지 파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생산·수출 중심으로 경기회복 흐름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생산 측면에서는 IT 업황 반등과 함께 시장 내 반도체 빅사이클 기대감 확산, 세계경제 연착륙 전망 등이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반면 지정학적 불안과 공급망 리스크,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은 부담 요소로 언급했다. 소비·투자 등 지출 측면에서는 해외 입국객 증가세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본격화, 신산업 중심 투자확대 계획 등을 상방요인으로, 가계부채·부동산PF 리스크와 건설수주 부진 등을 하방요인으로 각각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