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헝가리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활절을 맞아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을 근심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31일(현지 시간) AFP 통신과 바티칸 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의 발코니에서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라틴어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부활절 메시지를 전달했다.
교황은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등에 있는 세계 여러 분쟁의 희생자를 생각한다면서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들 지역 사람에게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2년부터 3년째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하기를 촉구하며, 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를 위해 모든 포로를 교환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해서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호소하며 지난해 10월 붙잡힌 인질들의 지체 없는 석방과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민과 어린이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는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전쟁은 언제나 패배이자 부조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기와 재무장의 논리에 굴복하지 말자”며 “평화는 무기로는 절대로 이뤄질 수 없고 손을 뻗고 마음을 열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시리아와 레바논, 발칸반도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아이티, 미얀마, 아프리카 지역이 겪는 분쟁과 갈등도 언급하면서 최대한 빨리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든 형태의 테러 희생자에도 애도를 표했다.
교황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고 말하며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약 3만 명이 모이고 네덜란드에서 온 꽃으로 장식된 성 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했다.
87세 고령인 교황은 젊은 시절 폐 일부를 제거한 바람에 겨우내 기관지염, 독감 등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며 건강에 대한 우려를 받아왔고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지만 돌풍 속에서도 대체로 건강한 모습으로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 후에는 공식 의전차량인 포프모빌(교황의 차량)을 타고 군중과 인사하기도 했다.
교황은 전날 성베드로대성당에서 2시간 30분간 부활절 성야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교황은 지난 몇 주 동안 호흡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긴 연설을 피했지만, 부활절 성야미사에서는 약 10분간 이탈리아어로 강론을 큰 어려움 없이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