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뇌물받고 기소해 재심…대법 “기소는 유효, 1년 감형”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검사가 고소인에게 뇌물을 받고 기소했다는 이유로 재심이 결정된 사건에서 기소 자체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검사가 뇌물을 받았더라도 유죄 판단에 잘못이 없다면 기소를 무효로 볼 순 없고, 양형에만 반영하면 된다는 게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은 A씨의 재심 공판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원심(2심)은 A씨에게 1년 감형을 택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는데,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사건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게임기 유통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회사가 자금난에 빠지자 B사에 회사 지분을 넘겨 자금난을 극복하려고 했다. 하지만 B사 측은 A씨가 재무구조 등을 속였다고 여겨 A씨를 고소했고, A사는 2010년에 징역 3년 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A씨는 자신을 기소한 담당 검사가 본인을 고소했던 B사 측으로부터 기소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 해당 검사는 2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2년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결국 A씨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재심이 개시됐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이규홍)는 지난해 7월, A씨에 대한 기존 징역형을 파기하고, 1년 줄어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기소 자체는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심 재판에서 A씨 측은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며 “수사절차에 중대한 위법이 있고 이에 기초해 기소가 이뤄졌으므로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소인이 고소한 사실의 내용, 피해 규모에 비췄을 때 기소하는 것이 마땅한 사안이었다”며 “검사가 뇌물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없이 공소를 기각하면 형벌권 실현이란 형사소송법의 목표이념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정에서 선서한 증인의 진술도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A씨 혐의 인정의 증거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소인이 A씨에게 피해 회복을 받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준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2심) 판단에 대해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1년 감형을 택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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