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가족도 등 돌렸다”…네타냐후 퇴진 시위 격화

지난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 크세네트(의회) 앞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사퇴와 즉각적인 조기 총선 실시, 인질 협상 합의를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민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질 가족들까지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는 1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모여 네타냐후 정부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 퇴진을 요구했다.

채널12 방송 등은 이날 크네세트 앞 시위대 규모가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최대로, 지난해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 시위를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100여명의 인질도 데려오지 못한 가운데 하마스의 종식 약속도 지키지 못한 채 6개월 가까이 전쟁을 이어가는 정부에 분노를 표출했다.

정부가 초정통파 유대교도 청년들의 병역 면제를 두둔한 것 역시 시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아들인 야이르 네타냐후가 개전 후 6개월째 귀국하지 않고 미국 마이애미에 머무는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스라엘 전역에서 주요 도로를 봉쇄한 채 깃발을 손에 들고 “즉각 조기 총선을 치르라”고 소리쳤다.

시위에 참여한 누릿 로빈슨(74)은 로이터 통신에 “이 정부는 완전히 실패했다. 그들은 우리를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질 가족들도 정부 성토 대열에 가세했다. 인질 가족들을 위한 시민 단체인 ‘인질가족포럼’은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주도했다.

친척이 인질로 잡혀갔다는 아이나브 모세는 “6개월이 지나고도 네타냐후가 장애물이라는 것을 정부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네타냐후가 인질 구출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것처럼 정부 역시 인질 구출 임무에 실패했다”고 개탄했다.

하마스 공격 직후부터 새로운 이스라엘 정부 구성을 요구해온 단체 ‘체인지 제너레이션’의 조쉬 드릴은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에 대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중인 지금 총선을 치르면 정부와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그런 상황을 즐길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총선은 나라를 마비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이미 마비됐다”며 “전쟁도 하마스와 인질 협상도, (헤즈볼라의 공격을 받는) 북부지역도 그리고 당신 주도의 정부도 이미 마비됐고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예루살렘 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는 인근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새우며 앞으로 나흘간 연속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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