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밝혔다.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증원을 반대하면서 할 게 아니라 제가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해달라”면서도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안해야 마땅하다”고 전제를 달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법”이라며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며 “의사 증원을 의사들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한다면 거꾸로 국민의 목숨의 가치가 그것밖에 안되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의료개혁을 위해 그동안 의사들의 요청을 반영해왔으며, 의사 인력 부족이 명약관화한 현실이라는 점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추계를 검토했다”며 “어떤 연구 방법론에 의하더라도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는 물론 우리나라와 유사한 공적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는 나라들에 비해서도 의사수가 턱없이 모자른 현실을 짚었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 종합병원과 지방의료원은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원·속초·전북·경남 등에서 발생한 의료 인력난을 사례로 꼽았다.
아울러 “군, 경찰, 소방 등 특수 직군을 위한 병원은 장기 근무 전문의를 구할 수 없어 특수 직군 맞춤형 진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며 “비정상적 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의료개혁이 실패한 역사를 언급하며 카르텔이 형성됐다고도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에 반발해 정권퇴진 운동 움직임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가 부족했다는 일부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현안협의체’,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위원회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 기구를 통해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 왔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점진적 증원이 어려운 점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이해집단의 위협에 굴복해 증원은 고사하고 351명 정원 감축에 찬성한 것이 결국 지금의 심각한 의사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며 “27년 동안 반복한 실수를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사전통지와 면허정지 처분 통지 수령을 거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도 “통지서 송달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주기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완수를 위한 국민적 지지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