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론 대안 없는 與…대통령 탈당 요구에 내부 균열 조짐까지 [이런정치]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총선을 불과 8일 앞둔 국민의힘이 좀처럼 위기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개혁 완수’ 의지를 내비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에도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서울 최대 격전지인 한강 벨트에서는 ‘공개 탈당’ 요구까지 나오면서 오히려 내부 균열 조짐마저 내비쳤다.

함운경 서울 마포을 후보는 2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좀 성급하게 내질렀다며” 전날 대통령을 향한 탈당 요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함 후보는 이날 “어제 저녁에 또 상황이 바뀌었더라”며 “대통령이 저렇게 태도를 바꿨는데 제가 무리하게 자꾸 (탈당을) 요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오후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000명 숫자가 절대적 수치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한 만큼 주장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함 후보는 “지금 국면에서 (대통령실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 당의 민심 전달 요구를 잘 안 받아들인다고 저는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열심히 뛰면 된다고 생각을 했는데 전국에서 하여튼 아우성”이라며 “정권심판론이 득세하는 이런 현실에 대해서 ‘아니다, 정부를 우리가 견인하겠다’ 이런 이야기가 좀 목소리가 커졌으면 좋겠는데, 그런 목소리가 지금 묻힌다”고 토로했다.

함 후보는 전날 담화 직후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관리에만 집중하시라”며 “그렇게 행정과 관치의 논리에 집착할 것 같으면 거추장스러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바”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당 내에서 처음 제기된 대통령 탈당 요구인 데다,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즉각 “들어온 지 며칠 됐다고 감히 우리가 만든 대통령 당적 이탈을 요구하나”라고 비판했고, 이장우 대전시장도 “등에 칼 등이대는 못된 버릇”이라고 날을 세웠다.

하루 만에 해명에 나선 함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한 수도권 의원은 “우리 당이 수도권에서 펼쳐야 할 전략은 대통령과 어떻게든 선을 긋고, 정권심판론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당 차원에서 그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이나 험지에서 뛰는 후보 입장으로선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도 “사실상 수도권 선거가 전략 없이 ‘각자도생’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을 포함한 격전지와 험지로 분류되는 선거구에서는 연일 대통령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 김해을에서 뛰는 3선 조해진 의원에 이어,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재선 정운천 의원도 전날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난맥상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 동·미추홀을의 4선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은 리걸마인드가 아닌 폴리티컬 마인드(정치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며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엇갈린 내부 여론을 놓고 여권에선 “총선 이후 혼란상을 보여준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최대 의석(122석)을 지닌 수도권에서 지난 21대 총선의 참패를 반복할 경우 곧장 ‘책임론’이 번질 것이란 우려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대로 분위기를 뒤집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대통령뿐 아니라 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까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심판론의 본질은 의정 갈등이 아니라는 게 드러난 셈”이라며 “이제라도 대통령실의 최소한의 사과나, 이에 선을 긋는 당의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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