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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안효정 기자 |
예비 전공의의 인턴 임용 등록(4월 2일) 기간이 종료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여전히 요지부동인 상황이어서, 중증 환자의 시름만 늘고 있다.
3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인턴으로 합격한 예비 전공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임용 등록을 해야 올해 상반기부터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을 밟을 수 있다. 인턴은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수련을 시작하는 ‘막내 전공의’를 뜻하며 전공의는 인턴(1년)과 레지던트(3~4년)를 통칭한다.
인턴 임용 등록 기간은 2일 마감됐다. 복지부는 전날까지 집계된 임용 등록률이 약 10% 미만이라고 밝혔다. 예비 전공의조차 인턴 임용을 거부한 채 등록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턴 임용 등록을 하지 못한 이들이 올해 상반기에 인턴으로 수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빨라야 9월 하반기나 내년 3월이 돼야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복지부도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며 올해 인턴 임용 예정자들에게 복귀를 촉구해 왔다.
그럼에도 인턴을 포함한 모든 전공의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서울 시내 ‘빅5’로 불리는 주요 대형병원들도 전공의의 복귀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들은 의료공백 사태에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분노를 넘어 체념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60대 폐암 환자 A씨는 계속되는 의정갈등에 “이젠 지칠대로 지쳤다. 괜한 희망을 갖지 않는 편이 차라리 낫다”며 “이번 일로 혹시라도 내가 죽게 되거나 더 아프게 된다면 내 운명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CT 촬영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B씨도 “시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신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나와 걱정이 날로 늘고 있다”며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의 목소리가 의사에게 크게 닿지 않은 것 같다. 전공의들이 눈과 귀를 닫고 있다고 느꼈다”고 토로했다.
위암센터에 있던 70대 환자 C씨도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힘을 쏟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뭐든 양보하며 살 줄 알아야 하는데, 정부나 전공의들 모두 그런 태도가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처음에는 답답하고 짜증 났고, 이제는 싸움 구경하기도 지친다”고 털어놨다.
안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