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 있는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북미 최대 태양광 밸류체인 프로젝트 ‘솔라허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제공]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한화그룹이 3일 발표한 그룹 내 사업구조 재편은 ‘김동관 중심 새 판 짜기’로 요약된다. 그룹 내 흩어져있던 태양광과 해상풍력 사업을 한 데 모으고, 2차전지 장비를 따로 떼어냄으로써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해당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사업군별 ‘헤쳐모여’를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다 효율화하는 등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승계구도 역시 한층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한화에 있던 2차전지 장비사업을 떼어내 100% 자회사 한화모멘텀을 신설하고 해상풍력·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에, 태양광장비는 한화솔루션에 각각 양도하는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2차전지, 방위산업(방산), 항공·우주 등은 김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줄곧 공을 들여온 분야다. 김 부회장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통 큰’ 투자와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화는 기존의 건설·글로벌·모멘텀 부문 중 2차전지 장비와 공장자동화 사업을 맡고 있는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2차전지 사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모멘텀 부문은 배터리 소재 가공에서부터 전극-조립-포메이션-모듈팩 공정에 들어가는 설비 라인업을 갖추고 국내외 배터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2차전지 장비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총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녹색채권)를 발행키도 했다.
김우석 ㈜한화 재무실장은 사업구조 재편 컨퍼런스콜에서 “2차전지 장비 등의 사업을 하는 한화모멘텀은 과거와 같이 건설·글로벌 부문과 자원을 나누지 않고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화모멘텀의 2차전지 장비 및 기타사업 매출액은 ㈜한화 별도 기준 매출의 7% 수준이다. 주주가치 보호를 위해 향후 5년간 상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개요도 [한화 제공] |
㈜한화 건설부문에 있던 해상풍력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은 한화오션이 가지고 간다. 그동안 ㈜한화 건설부문에서는 국내 10개 지역에서 2.6기가와트(GW)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을, 글로벌부문에서는 발전시설·화학공장·산업설비에 대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과 친환경 플랜트 사업을 운영해왔다.
김 부회장의 주도로 지난해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해상풍력 관련 선박 건조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비슷한 사업군을 통합함으로써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향후 풍력사업 개발 외 해상풍력 설치선, 하부구조물, 해상변전소 등의 제작·운송·설치·유지보수 등 해상풍력 토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유상증자를 통해 해상풍력 관련 투자를 기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상향했다. 또, 경력이 풍부한 EPC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기존 한화오션의 해양플랜트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궁극적으로 해상풍력뿐만 아니라 해양플랜트 EPC 기술, 계열사에서 개발 중인 수전해·수소저장 기술 등을 접목해 수소·암모니아 생산-저장-이송 관련 해양제품을 개발해 ‘해양신기술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장교동 한화빌딩 전경 [한화 제공] |
기존 모멘텀부문이 가지고 있던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으로 넘긴다. 태양광 사업 역시 김 부회장이 주력해 왔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특히, 주력 시장인 북미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며 조지아주에 미국 내 최대 태양광 통합단지 ‘솔라허브’를 건설 중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장비 사업 양수로 관련 사업 수직계열화를 꾀한다. 그룹 내 혼재돼있던 태양광 사업을 한화솔루션에 모음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태양광 사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 유출 방지와 국제 무역 갈등 등 외부적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에는 기존의 건설부문과 글로벌 부문만 남게 된다. 이로써 건설부문은 개발·인프라, 글로벌부문은 스마트 인프라·인프라솔루션·소재 부문 사업에 집중한다.
이날 이사회에서 결의한 사업양도 및 물적분할 안건은 다음달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7월 초 완료될 예정이다.
한화그룹은 지속적인 사업재편으로 사업 효율성과 시너지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3개 회사로 분산돼있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고, 한화임팩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파워시스템을 인수해 수소혼소발전 등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확대했다. 또, ㈜한화 모멘텀 부문의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 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주력사업인 방산·항공분야에 집중시키고, 자회사인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를 분리하는 방식의 인적분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 분할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