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신 갚은 ‘소상공인 빚’ 1년 새 2배↑…새출발기금 신청은 ‘지지부진’

서울 중구 북창동 음식거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며, 정책기관이 금융기관 대신 갚은 소상공인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대상 정책자금 부실률도 10%에 육박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채무 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의 신청자는 크게 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보에서 대위변제한 대출금액은 375억원으로 지난해 2월(189억원)과 비교해 186억원(9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신 갚은 대출 건수는 1258건에서 2826건으로 1568건(124%) 늘었다.

연간 누적액 또한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1509억원에서 1조7205억원으로 5696억원(4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위변제는 차주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신보 등 정책기관이 은행 대신 빚을 갚아주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이같은 현상은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인해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소상공인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해당 현상은 여타 정책자금 부실률 등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연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상공인 정책자금 부실률(3개월 이상 연체·기한이익상실 금액)은 9.98%로 전년(2.79%) 대비 7.19%포인트 상승했다. 부실금액도 같은 기간 2195억원에서 8240억원으로 6045억원(275.3%) 증가했다.

아울러 15일 이상 연체하거나 기한이익상실(만기일 이전 대출금을 일시에 회수하는 것) 통보를 받은 부실징후기업은 같은 기간 3만7735곳에서 8만4725곳으로 4만7391곳(126.9%) 불어났다.

소상공인의 채무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의 효과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을 위한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의 실적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거리에 불법 대출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

캠코에 따르면 올해 2월 새출발기금 신청자수는 4339건으로 전년 동기(2650건)와 비교해 1639건(63%) 증가했다. 신청금액의 경우 같은 기간 5120억원에서 7387억원으로 2267억원(44%)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2월을 제외한 새출발기금 실적은 출범 첫 달(2022년 10월) 신청자수 7958건, 채무액 1조1520억원을 기록한 뒤 월 신청자수 약 2000~3000명, 월 채무액 4000~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부실우려차주(장기 연체 가능성이 큰 차주)가 채무조정 시 신용정보에 해당 내용이 등록되며 금융거래 등에 불이익을 겪을 수 있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캠코는 금융기관 동의를 받지 못할 경우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용정보에 채무조정 내용이 반영돼 온 바 있다.

금융당국은 부실우려차주가 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지 않고 채무조정이 이뤄져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이달부터 신용평가방식을 개선했다. 오기형 의원은 “다중채무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장기·분할상환 대출 프로그램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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